돈을 빌려주며 제때 갚지 못하면 이자를 높여 받기로 약정했더라도, 해당 이자율 적용은 돈을 빌린 때가 아니라 만기일부터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채무자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대여금 1억2000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며 B씨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3월 1억2000만원을 B씨에게 빌려주면서 ‘이자율을 연 4%로 정하되 만기일(2018년 3월25일)에 일시 상환이 지체될 경우 연 20%의 이자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B씨가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A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 쟁점은 ‘연 20% 이자’ 적용 시점을 돈을 빌린 때로 볼 것인지, 만기를 넘긴 때로 볼 것인지였다.

1·2심은 돈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 20%의 이자가 차용일부터 소급해 적용돼야 한다고 판결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B씨와의 과거 금전 거래에서도 만기일에 돌려받지 못한 경험 때문에 연 20% 이자 약정을 걸게 된 사정 등이 고려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약정에 대해 “만기일 이후 지연손해금을 연 20%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심은 B씨가 만기에 빌린 돈을 돌려줘야 할 의무를 지체했다는 이유만으로 연 20% 이율에 따른 무거운 책임을 소급해 부과했는데, 대여 4년간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은 9600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지연이자 약정을 인정하려면, 이자 약정이 이뤄진 경위,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 등을 고려했어야 함에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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