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남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집값 10억원’이 어느 순간 마포·용산·성동(마용성)으로 슬그머니 옮겨가더니 최근에는 부지불식 간에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지난달 하순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0억원에 실거래됐다. 이 면적 아파트가 동탄신도시에서 10억원대를 찍은 첫 사례다. 마용성의 질주를 질시하듯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의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서울의 서쪽인 인천 서구 청라센트럴에일린의뜰 전용면적 95㎡는 최근 8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중순 거래액 6억원와 비교하면 석 달 새 3억원 가까이 올랐다. 2015년부터 시작된 대세 상승장에서 제외돼 소외감을 느꼈던 김포·양주·고양 등 경기 북부권에서도 내심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과없이 표출되고 있다.

위로만 올라가는 풍선처럼 부동산 가격이 풍선처럼 서울을 넘어 수도권 곳곳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집 주인 입장에서야 집값이 갑자기 1억~2억원 뛰니 기분 나쁠 리 없겠지만 전체적인 시장 흐름의 예후가 썩 달갑지만은 않다.  저금리에 딱히 투자할 곳은 없고. 중국 못지않은 부동산 애착증에 유동자금들이 다이빙보드에서 수면으로 입수하는 다이빙 선수처럼 부동산으로 유입돼 시장이 좀체 식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 20일 수원으로 대표되는 경기 남부 지역을 타깃으로 한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두 달 만이다. 12·16 대책 후 수원 영통·권선·팔달은 두 달 새 집값이 7% 이상 급등했다. 용인 수지는 5.8% 올랐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다른 지역들이 들썩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본 대책 없이 또 규제 카드를 꺼내 들어 또 다른 ‘풍선 지역’이 생겨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고 자본이 흘러갈 대체 투자처가 많지 않아 어떤 식으로도 풍선효과가 불거져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수용성’ 추가 규제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동탄, 인천 등으로 투자자금이 쏠리면서 집값이 어깨춤을 추고 있다.

이미 손 쓸 수 없을 만큼 불어나버린 가계부채와 대외 경제 여건으로 인해 금리 인상은 언감생심. 저금리 물결을 타고 부동산 자금이 수도권을 배회하다 보니 시흥, 양주, 옥정 등 매매가가 거의 오르지 않았던 곳들도 이상 징후가 확연하다. “저성장과 저금리 탓에 당분간 주택시장은 비규제지역 중 실수요가 강한 지역과 재개발 사업이 활발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분석이 타당하다고 인식되는 이유다.

투자자들이야 기본 보유 현금과 저금리를 최대한 활용해 저평가된 지역에서 매수 나들이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면 서로 풍선을 더 높이 날리기 위해 기를 쓰며 키재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비친다.

살리라는 경제는 못 살리고, 잡으라는 집값은 못 잡는 정부의 실력에도 한숨이 나온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과열 지역에 대한 선제적인 규제에 미적댔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풍선효과가 반복될 때마다 피해를 보는 건 착실하게 돈을 모아 집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들이다. 정부가 언제까지 풍선 지역과 두더지 잡기 놀이를 할 것인지 실수요자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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