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정에 ‘포괄임금방식을 취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어도 실무와 다를 경우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4일 버스 운전기사 A씨 등 5명이 운송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A씨 등이 소속된 B사는 2009~2012년 임금협정서에 포괄임금제를 포함시켰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 연장·야간근로수당 등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임금 상세표에는 기본급과 연장근로, 야간근로 등이 구분돼 표기돼 있었다.

2009~2010년 임금협정서에는 격일제로 근무하되 1일 근무시간 17시간 중 5시간을 연장근로, 4시간을 야간근로로 명시했다. 2011~2012년에는 1일 근무시간 19시간 중 3시간을 연장근로로 치는 규정을 담았다.

이에 A씨 등은 B사가 수당을 제외한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회사 측은 수당을 고정으로 지급하는 포괄임금제가 인정되므로 추가 지급할 임금이 없다고 반론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노사 간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임금을 기본급과 여러 수당으로 명백히 구분하고 있고, 월별 보수액은 기본급에다가 여러 수당을 합산한 것”이라며 “포괄임금 방식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회사 측의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임금협정서에 명확히 규정이 명시된 점, 운전자별 배차 시간과 실시간 교통상황 등에 따라 근로시간이 제각기 다른 점 등을 봤을 때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를 대법원이 다시 한번 뒤집었다.

대법원은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할 경우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B사는 급여명세서에 기재된 세부항목에 따라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며 “‘포괄임금방식에 따른다’는 명시는 임금 지급 실무와 일치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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