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들어 의학과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상하수도가 설치되면서 위생상태가 대폭 개선됐다. 그래서 무자비한 역병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자마자 역병부터 몰려왔다.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다. 이어 2009년 신종플루가 닥쳤다.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공포를 몰고왔다. 그리고 지금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한때 3일 연속 국내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가졌다. 하지만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수백 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초중고교는 개학을 연기했다. 도서관은 문을 닫았다. 주요 행사들은 취소됐다. 심지어 프로스포츠도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이제는 중국이 한국인의 입국을 막는단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데는 메르스 사태 때 구축했던 우리의 방역체계를 신뢰했던 탓도 있다. 전국에 걸쳐 마련된 음압병상, 개선된 방역물품 지급체계, 준비된 범정부 메뉴얼 등이 초기에는 제법 잘 작동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펠츠만 효과(Feltsman effect)를 생각했어야 했다. 펠츠만 효과란 안전을 도모할수록 위험도가 되레 더 커지는 현상이다. 예컨대 파생상품에 대해 완벽한 헷지를 했다는 믿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안전한 둑을 쌓았다는 믿음은 자만으로 이어지고 느슨한 틈을 타 사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에는 철옹성인 대책도 ‘새로운 것’ 앞에서 무기력하게 뚫린다.

지금까지 진행 양상을 보면 코로나19는 기존의 바이러스에 비해 잠복기간이 길었고, 무증상자가 많았고, 전파력이 뛰어났다. 결과론적으로 처음부터 강하게 틀어막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펠츠만 효과는 건설인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적지 않다. 화재, 지진, 쓰나미 등에 대비한 최신공법이 언제든 재난을 키우는 도구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경고를 주기 때문이다. 점점 높아지는 고층건물, 담수용량이 커지는 댐, 많아지는 교량, 발전용량이 커진 발전소 등은 일단 사고가 났다하면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눈부시게 발달한 글로벌 통신망과 교통망도 재난시에는 피해를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얼마나 큰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힐 지 가늠하기 힘들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물러가기까지 건설과 부동산 경기도 활기를 띄기는 어렵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끝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다른 바이러스가 시차를 두고 몰려올 수 있다. 코로나19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강팀은 위기 때 강하다고 한다.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량도 위기 때 드러난다. 숱한 위기를 넘어왔던 것처럼 우리는 반드시 해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힘내자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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