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이 몰아닥친 상황이 심상찮다. 나라가 온통 우중충하다. 쾌청한 날도 분위기는 왠지 우울하다. 자주 손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등 예방조치가 일상화됐다. 급기야 미국에 의해 발원지 중국과 같은 등급의 감염 위험국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어디까지 더 악화될지 알 수 없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각오로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름하여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이다. 

이 말은 대면 접촉 때도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각종 모임이나 회의, 행사 등도 가급적 자제하거나 아예 연기 또는 취소하자는 의미이다. 악수나 껴안기와 같은 행위는 당연히 금물이다. 상대가 감염자일 수 있듯이 자기 스스로도 감염자 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제안된 사회적 행동요령이다. 정과 도리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좀 어색할 수 있는 행동인만큼 ‘사회적’이라는 용어를 덧대 양해를 구한 것 같다. 무섭게 번지는 이 신종 바이러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코로나19는 건설현장에도 침투했다. 현장 근로자 중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일부 현장들이 폐쇄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24시간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자택근무 권유와 해외출장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주택 분양업계는 분양일정을 연기하고 사이버 모델하우스만 개관하는 등 사실상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그 여파는 건자재 업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하루 작업인원이 수백명에 달하는 현장의 경우 방역망에 매우 취약하다. 건설일용직 근로자가 대부분인데다 이 중 상당수가 중국동포로, 현장을 옮겨다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확진자가 많은 대구·경북 지역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작업축소나 공사중지 등 극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3만개 정도의 중소 건설현장을 돌면서 안전위험 요인을 지도할 예정이었던 안전보건공단은 이같은 순회 점검 사업을 일부 취소하거나 재조정하고 있다. 정부도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공기연장에 대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등 비상대책에 나섰지만 모든 현장을 살피기에는 역부족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건설은 지금 잔인한 봄을 맞고 있다.

건설현장에도 이른바 ‘건설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밀폐된 작업환경에서의 주의 환기는 물론 밀착 작업이나 대화, 작업 후 친목 모임 등을 자제하는 등 근로자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할 수밖에 없어졌다.

근거는 알 수 없으나, ‘건설적’이라는 말은 긍정과 효율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건설적인 대화를 하자’라거나 ‘건설적인 결과를 내놓자’는 등이 그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한번 지어놓으면 오랫동안 쓰임새가 있는 건설의 특징을 빗댄 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설적 거리두기’는 지금 건설현장에서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고, 건전하고 긍정적인 사회를 위해서도 꼭 맞아떨어지는 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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