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에서는 원청 갑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원사업자가 부당감액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함으로써 손해를 입힌 경우 발생한 손해의 3배 내에서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하도급법 제35조 제21항).

그러나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어떤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지, 손해배상의 금액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 판단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탓입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1. 사례 – 돌관공사비 50%만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Y사는 가설과 철근콘크리트공사 등을 X토건에 맡기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하도급계약에서는 '간접비를 직접비의 5% 이내만 청구하도록 강제하면서 간접비 항목 중 노무비와 이윤은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X토건의 귀책 없이 준공일이 지연되던 중 Y사는 동절기 및 야간 돌관작업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돌관공사에 소요된 비용 중 노무비의 50%만을 Y사가 지급하는 조건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던 X토건은 노무비의 일부라도 먼저 정산 받기 위해 이런 제안에 응했습니다.

그러던 중 X토건이 자금난을 겪으며 공사가 중단됐고, 결국 이 하도급계약도 해지됐습니다. 이후 X토건은 Y사에게 실제 공사에 소요된 공사대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법원 판단 – 돌관공사비 50% 하수급인 부담 약정은 무효, 하도급법 위반

법원은 위 사례에서 “돌관공사 비용 중 노무비의 50%를 X토건이 부담하도록 약정한 것은 현저하게 불공정한 계약(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1항, 제5항 제1호)에 해당해 무효이고, 하도급법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금지 규정(제4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Y사는 X토건에게 돌관공사와 관련된 추가 공사비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더해 법원은 Y사는 하도급법 제35조 제2항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으로써 전체 돌관공사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① 전체 하도급대금의 약 16%에 달하는 돌관공사비를 X토건이 지급받지 못해 심한 자금 압박을 받은 점, ② 돌관공사 완료 후 X토건이 대금지급을 요구하자 Y사가 추가 조건을 제시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점, ③ X토건이 피해를 입은 반면 Y사는 돌관비를 지급하지 아니한 채 공기를 단축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점을 제시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6. 14 선고 2016가합533325 판결 참조).

3. 시사점 – 징벌적 손해배상 권리주장 위한 준비 필요

원사업자가 돌관공사를 지시하면서 부당하게 대금을 결정하더라도 불가피하게 이에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계약은 무효이고, 부당한 대금 결정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그 손해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부당감액이 있더라도 원사업자의 갑질 등 우월적 지위 남용이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원사업자의 부당요구에 응하게 될지라도 그러한 사정 및 그에 따른 손해 입증 자료들을 잘 준비해 두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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