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19는 그 충격이 우리의 예상을 크게 넘어섰다. 처음에는 아무리 타격이 심하더라도 과거 한국 경제를 위협했던 전염병인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코로나19가 이렇게 빠르게 확산될지도 몰랐고, 더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과거 메르스가 한국 경제에 미쳤던 영향은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와 국내 소비 증가세의 둔화 정도에 그쳤다. 물론 그 영향이 미미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부문 즉, 산업 생산, 투자, 교역에 있어서는 큰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는 그 양상이 전혀 다르다. 전방위적이다.

우선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메르스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타격이 심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폭이 막대하고 국내 소비시장 자체가 아예 얼어붙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불과 한 달이 지난 상황은 가히 공포스럽다. 2월 3주차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50%가 감소했고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폭은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동향’이 나오지 않아 2월 중 어느 정도로 전체 소비가 위축됐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국은행이 최근에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1월에 비해 7.3포인트(p)나 급락했다. 이는 2008년 관련 통계조사가 시작된 후 세 번째로 큰 낙폭에 해당된다. 이를 통해 보면 2월 전체 소비의 침체 폭이 심각할 것이라 추정된다. 특히, 기업의 경제 심리도 급락하면서 기업 활동(생산, 고용, 투자 등)이 상당 기간 침체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전경련에서 조사하는 3월 전망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84.4로 2월의 92.0에서 크게 하락했다. 또한, 한은의 업황전망 BSI도 2월 76에서 3월에 69로 크게 하락했다.

역시 앞으로 발표될 생산 관련 통계에서 기업 활동도 상당히 위축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더구나, 우리 주력 제조업의 핵심 수출시장이 중국이고 최근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조달마저 애로를 겪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생산 활동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이 커지기 전인 1월의 산업활동동향은 이미 그것을 예고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은 감소세로 전환됐고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증가하는 전형적인 침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업도 전체로는 생산이 증가하는 듯이 보이는데, 보건 및 사회복지 업종을 제외하면 생산지수가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2월에 이러한 산업 활동의 위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즉, 역(逆)성장이 분명해 보이며, 코로나19가 언제까지 맹위를 떨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2020년 연간 경제성장률 2% 달성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된다. 일부에서는 연간으로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어 1%대만 기록해도 선방했다고 평가될지 모른다.

건설업의 상황은 아직 최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1월 중 건축과 토목 부문 수주가 모두 감소하고 있어 향후 건설업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다행히 건설 경기는 통상 전체 경제 상황과 반대로 가는 경향에 기대를 걸어본다. 왜냐하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정부가 재원을 집중하거나 규제를 풀어 침체된 경제 상황을 부양하기 쉬운 부문이 바로 건설투자이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에 국회를 통과한 2020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규모는 약 23조원으로 전년대비 약 18%나 증가했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 발주 토목 부문이 건설 경기 침체를 보완하는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건설투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건축 부문의 경기는 쉽게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강화, 투기 수요 억제, 분양가상한제 등 강력한 시장 개입으로 주택시장은 크게 얼어붙어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부의 간섭이 다소 약화될 것을 기대도 했지만,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추세를 볼 때 내수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의 많은 발주처들이 건설투자를 미룰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올해 건설업에 기회 요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은 건설사들이 허리띠를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주 경쟁은 치열할 것이고, 그래서 사업에서 이윤을 제대로 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있는 것을 지키면서 안정적인 내치에 주력할 때이다. 지금의 키워드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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