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클레임(claim)은 분쟁 이전 단계에서 계약당사자의 계약 문서상의 요청 또는 주장을 말하며, 클레임을 통한 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건설클레임은 원-하도급 관계뿐만 아니라 발주자-건설회사, 건설회사-주민, 건설회사-행정청의 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건설회사와 행정청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클레임으로 인한 법적 분쟁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건설회사가 하도급법을 위반하는 경우 해당 사업자에게 시정조치, 과징금, 벌금 등의 행정제재를 가하게 되고, 해당 사업자는 향후 공사의 입·낙찰에 있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건설회사는 기업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도급법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법원에 구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판단으로 공정위의 행정제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다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종합건설회사는 B전문건설회사와 승강기 설치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했고, B사는 공사를 완성해 A사에게 인도했다. 그러나 A사는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B사는 클레임 및 공사대금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제야 A사는 B사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했는데, 이때 공정위는 A사에게 부당한 하도급대금 지급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있었더라도 그 위반행위의 결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정명령을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공정위의 행정제재를 취소했다. 이러한 법원의 법리는 2002. 11. 26. 2001두3099 판결에서 정립된 것이다. 그러나 이후 국회는 2011년 3월29일 ‘향후 재발방지 그 밖에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하도급법을 개정했다. 이는 하도급법 위반행위를 시정한 경우에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해 시정명령을 내릴 필요성이 있어 개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2002년의 법리를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마치 ‘위법한 결과만 없으면 위법한 행위가 있더라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논리라고 할까?

하도급법은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행위 중심의 법률이다.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결과 중심의 판단은 결국 반복적인 하도급법 위반을 조장해 불필요한 클레임을 증가시키게 된다. 건설클레임의 현실을 반영한 법원의 합리적인 판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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