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고치고 다듬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재앙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더 센 놈’이 출현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 간격 또한 점점 짧아지고 있다. 

마스크 대란에서 보듯 보강해야 할 일들이 많다. 마스크, 방호복은 물론 검역체계, 국민생명·국가안보 차원의 결정이나 외교적 방침, 생활의식 등등.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병실이나 이재민 주거시설 같은 재난대응시설 구축이다. 병원시설과 구호용 임시주거시설이 대표적이다.

병원시설은 코로나19처럼 대규모 집단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급조하는 수백, 수천 개 임시병상과 모듈러식 이동형병원이 있다. 임시병상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의 ‘팡창(方艙)’의원 같은 시설이다. 팡창은 ‘네모난 객실’이란 뜻으로, 야전 컨테이너 병동 형태이다.

중국 당국은 확진자가 급증하자 단 열흘 만인 지난달 5일 1호 팡창의원인 1000개 병상의 훠선산(火神山)병원을 만들어 가동에 들어갔다. 이어 20여일 동안 16개 팡창의원에 1만3000여개 병상을 추가로 급조하는 등 총 30개 시설에 3만여개 병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골든타임과 격리치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다.

이 사례는 우리가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이쪽 분야에 특화되고 숙달된 전문건설업체들이 많다.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재앙이 닥치면 초기에 팡창의원 같은 임시병상을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급하게 ‘뚝딱’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원·하도급 같은 구조가 필요없다. 지금부터 미리 관련 업체들을 선정해 판넬·벽체 등 비상용 자재를 준비토록 한 뒤 여차하면 투입되도록 하는 법적·행정적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감염병에는 이처럼 급조했다 해체할 수 있는 임시시설이 좋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모듈러 공법의 이동형병원은 평상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크고 작은 단위로 쪼개서 각 병원 응급실 등과 연계하거나 공항·항만 등 감염병 유입거점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이러한 이동형병원 설립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우리나라 국토가 좁아서 웬만한 곳이면 1시간 내 거점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더 낫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특정 지역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몰릴 경우 현재와 같은 29개 국가지정격리병상과 66개 재난의료지원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재난구호용 임시주거시설도 반드시 필요하다. 감염병 외에도 지진이나 화재, 항공·열차사고 등 대형재난 때 이재민들이 생활할 수 있는 조립식 주택 같은 시설이다. 이재민들을 체육관·컨테이너에서만 머물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 시설들은 대형트럭으로 운반도 가능해 감염병 사태 때는 의료시설로, 재난피해 시에는 이재민들의 임시주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일이 터지면 그제야 틀어막는 땜질식 처방만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추경은 적기에, 이런 데 쓰라고 하는 것이다. 역사도 그러하듯이 재난의 교훈을 기억 못하는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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