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발생되는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다. 최근 5년간 건설현장의 사고 사망만인율이 전체 산업보다 3배 이상 높다. 2018년 1월에 청와대가 주도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발표 연도에 건설의 산재사망률이 전체 산업의 평균보다 3.2배로 높았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10대 건설CEO들에게 ‘산재 사망 10% 감축 목표제’ 달성을 위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국토교통부는 2월 대통령보고 시 금년도 안전사고 사망자를 300인 수준으로 줄이는 약속을 했다.

시장은 다소 회의적이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망의 56.3%가 2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서 발생한다. 사고 시마다 반복된 규제 강화가 별 효과가 없었음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1명의 도둑을 잡으려 경찰 10명을 투입해도 못 잡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법·제도 강화는 산재사망을 줄일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치유책이 못 된다는 사실을 시장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사고 시마다 처벌 규정을 강화시켜도 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다.

건설현장의 사고를 제로로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줄일 수는 있다. 문제는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다. 산업 전체 평균값 이하가 목표일 수는 없다. 인명 사고는 피해야 할 국가와 산업의 공동의 목표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법·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산재사망사고율이 낮은 국가는 영국이다. 미국·일본조차 영국보다 산재사고율이 6배 높다. 국내는 영국의 10.4배다. 영국은 대륙법 기반으로 법·제도가 단순한 편이다. 영국은 건설현장의 인명사고를 더 줄이기 위해 정부와 산업체 협업으로 설립한 혁신센터(CE)를 2020년부터 새롭게 시도하기로 했다. 일본의 건설현장 안전관리는 ‘제도는 가볍게, 절차는 엄격, 사고 처리는 분명하게’로 설명된다. 일본의 안전관리는 제도나 혹은 시스템보다 산업체와 근로자의 직업윤리(workmanship)가 복합적으로 작동되는 독특한 구조다.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규정과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지켰다면 처벌이 면제된다. 규정과 안전관리를 소홀히 다뤄 사고가 발생하면 민·형사처벌로 중과된다.

미국 제도는 산재사망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국(OSHA)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OSHA 규정에 근로자의 위생 및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 및 규칙을 정립해 놨다. 기준과 규칙 준수는 산업체의 몫이다.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현장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한다. 입찰안내서에 RIR(사고기록률, recordable incident rate) 값을 최소 기준으로 명시한다. 사고 건수보다 사고율 기준이다.

선진국 건설현장에서 운영되는 안전관리 체계 중 국내건설의 가장 취약한 부문이 시스템과 직업윤리 미비다. 법·제도는 선진국보다 오히려 강하다. 부족한 시스템과 직업윤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스템과 직업윤리가 실종된 법·제도만으로는 산재사망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내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조사·기록이 산업안전보건공단 DB에 저장돼 있다. 건설 공종은 2025개다. DB에 저장된 데이터를 공종과 상품(프로젝트)과 연결시키면 현재 진행 중이거나 혹은 진행 예정인 공사의 사고발생 빈도와 시기를 예측해 낼 수 있다. 안전사고는 기후와 특정한 시기(명절 전후 등), 근로자의 숙련도와도 관계가 있다. 발생빈도가 높은 공종을 프로젝트와 시기별로 도출해 빈도와 피해 크기에 따라 사전 감독이나 검측, 혹은 숙련기능인 투입을 강제할 수 있다.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별 기업이 보유한 안전사고 DB나 혹은 산업안전공단 DB와 접목시키면 산재사고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낼 수 있다.

법·제도에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처벌 중심에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의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 일본 건설현장 소장은 사업장과 근로자 안전을 위해 사전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법으로 보장받는다. 심지어 노동성으로부터 감독을 위임받지 않는 사람은 총리나 장관이라도 현장 소장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는 게 일본 현장소장의 권위다. 책임과 권한에 균형을 맞춰 놨다. 선진국의 건설현장 안전관리체계 연구 시 사회적 합의와 관습, 그리고 시스템을 배제하면 국내 현장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 산재사망 사고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법·제도와 함께 반드시 시스템 운영기반 환경 구축이 필수다. 소박한 생각이지만 국내 건설현장 안전관리체계의 선진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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