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행위 신고해 어렵게 처벌 이끌어도 피해보상 못받아 빈손
울며 민사소송·중재제도에 눈돌려… “공정위 적극행정 나서야”

최근 원도급사로부터 불공정행위를 당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지 않는 하도급업체들이 늘고 있다. 공정위에 신고해 처벌을 이끌어 내더라도 피해 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다보니 발길을 끊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이같은 이유로 공정위 신고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하도급업계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비용이 들더라도 업체 피해 구제가 가능한 민사소송으로 눈을 돌리거나 중재제도 등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전문건설업체인 B사는 인천소재 원도급사 ㄹ사로부터 갑질을 당해 공정위에 신고한 끝에 2년여 만에 과징금 4억6400만원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지만 피해구제는 이뤄지지 않아 도산 직전에 놓여있다.

또 다른 전문업체인 S사 역시 원도급사인 ㅅ사에 불공정 행위를 당해 공정위에 신고, 3년만에 과징금 4억4800만원이라는 결과를 받았지만 업체는 폐업 직전의 상황에 처해있다.

S사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피해 대금에 대해 지급명령을 하지 않아 보상을 받으려면 또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이를 두고 공정위의 소극적인 행정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과거에는 부당이득분에 대해 지급명령을 해왔으나 행정소송을 통해 뒤집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이를 활용하는데 부담을 느껴 그 피해를 하도급사들이 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위 통계연보를 보면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들이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숫자가 꾸준히 증가, 2018년에는 2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공정위의 행정소송 승소율은 2014년 이후 매년 하락추세를 보여 2019년 5월 기준 전부승소율은 60%(69.4%)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출신 황보윤 변호사는 “공정위가 지급명령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놓고도 패소가 부담돼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공정위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인 만큼 부담이 있더라도 설립 취지에 맞게 하도급사들을 위한 판단을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한 전문가는 “기업들(원도급사)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행정처분에 대응하고 있어 공정위가 과징금에 대해서만 작년에 천억 단위의 금액을 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당이득분에 대해 지급명령을 내리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와 동일하게 법 적용을 하고 있다”며 “다만 대부분 원·하도급 분쟁은 서로 주장하는 금액차가 커 지급명령을 하기 위한 금액 산정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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