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업자에게 파산 등 사유가 발생하면 발주자에게 직접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하도급법 제14조). 그런데 원사업자가 파산 직전에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을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원사업자의 공사대금 포기 약정이 수급사업자를 해할 의사로 이뤄진 경우에는 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공사대금 포기 약정의 취소가 가능한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사례 – 부도처리 직전 추가공사대금을 포기한 원사업자

법원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A는 유리공사를 B에게 하도급했습니다. 그리고 B는 유리공사 중 TPG 공사를 C에게 재하도급했습니다.

그런데 TPG 공사를 진행하던 중 풍하중의 영향으로 유리가 깨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발주처의 지적이 있어 기존의 큰 유리 한판을 작은 크기로 하는 설계변경이 이뤄졌습니다. 이 설계변경으로 유리판을 붙잡는 SPIDER BRAKET의 개수가 3배 이상 증가하면서 자재비와 노무비가 증가했습니다. 이에 C는 B와 공사대금을 약 1억원 증액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편, 위 변경계약이 체결되고 약 2개월 후 B는 증액된 유리공사비용을 A에게 청구하기는커녕 당초 유리공사 대금을 오히려 감액하는 내용의 기성감액약정 및 공사포기서를 작성해 A에게 제출했습니다.

이로부터 며칠 후 B는 부도처리됐고, A는 B의 기성감액약정에 따른 대금을 B에게 지급했습니다. 이에 C는 위 기성감액약정은 C에 대한 하도대금 채무를 회피할 목적의 부당한 약정이므로 이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2. 법원 판단 – 채무초과상태에서 한 대금포기약정은 사해행위

법원은 A와 B간의 기성감액약정은 민법상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TPG 공사 설계변경은 발주처의 지적으로 인해 이뤄진 만큼 A가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 공사대금 발생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B의 부도처리 직전에 공사포기서를 받은 점에 비추어 A는 B의 재무상황 또한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약정한 유리공사대금을 일부 감액하는 약정을 했는데, 이는 TPG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 공사대금을 포기하는 약정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사대금의 채권자인 C를 해하는 사해행위라 판단한 것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18. 5. 16 선고 2016나2016786 판결 참조).

3. 시사점 – 원사업자의 파산 시

원사업자가 파산 등 위험에 있는 경우, 원사업자 재산에 대한 가압류 등 보전집행을 통해 공사대금청구권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사업자가 대금 일부를 포기하고 파산하는 경우에는 미지급 공사대금을 지급받는데 한계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위 사례에서와 같이 원사업자와 발주자가 추가공사대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공사대금포기 약정을 했다는 점을 밝혀 공사대금 포기 약정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주장으로 실제 공사에 투입된 비용을 모두 지급받기 위해서는 시공지시서, 변경계약 및 기타 내역서 등 공사관련 서류를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점 꼭 업무에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법무법인 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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