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입찰 현장설명서에 노조원 채용비율 명시 ‘분쟁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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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입찰 현장설명서에 노조원 채용비율 명시 ‘분쟁 불씨’
  • 류승훈 기자
  • 승인 2020.04.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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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의 입김이 세지면서 대형건설사 현장설명서에 노조원 채용 비율을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같은 사례가 확산될 경우 부당한 경영간섭 논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문제 등으로 원하도급사 및 건설노조 3자간 극심한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문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가 시공 중인 공동주택 골조공사의 하도급입찰 현장설명회에서 노조가 요구해온 채용비율을 그대로 현장설명서에 명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현장설명서에는 ‘△형틀공사에 민주노총 지하층 70%, 지상층 알폼 50%, 한국노총 1팀 △철근 민노 1팀, 한노 1팀…’ 등 노조원 채용 비율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또 “이에 대한 생산성 손실비용을 충분히 감안해 견적”하라는 주의사항도 적혀있다.

노조 소속 근로자의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원하도급 간 공사비 보전 갈등이 다수 발생하고 있고, 원청이 공사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이같은 부당특약성 조건을 넣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원청이 실행가를 정해놓고 최저가 하도급입찰을 하는 지금의 구조라면 적정공사비로 낙찰받는 하도급사는 없을 것”이라며 “노조 채용으로 인한 손실을 하도급사에 떠넘기려는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장설명서에 명시된 노조원 채용 비율이 하도급법령이나 채용절차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도급법령은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특정인을 채용하게 하는 등 인사에 간섭하는 행위’를 부당한 경영간섭 행위로 본다. 채용절차법은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설 내용이 문맥상 강요가 아닌 권유로 쓰여 있더라도 하도급사들은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게 현실”이라며 “나아가 구체적인 비율이나 인원을 명시하면 노조 측에서 이를 자기들의 권리로 오해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조원 고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 태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정산 책임도 원청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도급 근로자 채용에 대한 개입이 늘수록 원청의 책임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내하도급 폐업 사건’에서 간접고용을 한 원청도 노조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판결에선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구체적인 지배와 결정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판단했다. 재판 결과, 현대중공업은 부당노동행위 처분을 받았다.

[류승훈 기자] ryush@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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