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처는 잘한 것일까 못한 것일까.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미국에서 접하는 국내 뉴스에는 이 논쟁이 뜨거워 보인다. 개인마다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사망자는 100명이 넘어섰고 확진자도 1만여명에 달하는데 뭘 잘했다고 하느냐고 하는 말도 맞고 미국, 독일 등 서구가 속절없이 뚫리는 것을 보며 그래도 선방했다고 말하는 것도 틀리지 않다. 개인의 기대치와 정치적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제3자들의 시각은 어떨까. 연수 중이라 외신을 많이 접하는 나로서는 국내에서 이런 논쟁이 사실 낯설다. 미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한국은 코로나19의 글로벌 롤모델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미국 주류 언론은 한국을 예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기준점으로 미국 사례를 설명한다.

이메일로 받은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의 메인뉴스도 ‘한국은 어떻게 완전봉쇄 없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붙들어 매었냐’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묻는 질문에도 “한국 등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지 않느냐”가 빠지지 않았다. 캐나다, 스위스, 독일, 스웨덴까지 속절없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무릎 꿇은 상황에서 한국은 마치 전염병에 맞서는 민주주의 진영의 최후의 보루처럼 느껴질 정도다. 미국인들의 눈에 독재적 권위를 앞세워 도시를 봉쇄하고 시민들의 이동을 금지한 중국이나 베트남은 따르고 싶은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주권을 가진 한 교민은 “북핵 때나 조명되던 ‘KOREA’가 미국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이렇게 오랫동안 다뤄진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한국의 뛰어난 진단능력, 앞선 IT, 질서정연한 시민들의 모습은 미국인들에게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이 이렇게까지 선진화된 나라였냐는 놀라움이 그들의 표정에서 읽힌다. 미국의 소리(VOA)는 “한국이 진단키트를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한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에 관한 세계 최고의 수준을 가진 나라”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매체가 유럽이 아닌 아시아 국가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한 적이 있었던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비극이다. 단 6개월 전만 해도 미국인들이 화장지를 사모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재택명령에 따라 식당, 도서관, 영화관, 카페 등 거리의 모든 곳이 문을 닫았다. 키스와 허그는 사라졌다. 워싱턴주, 플로리다주, 메사추세츠주, 뉴욕주 등 일부 주는 필수적인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건설공사도 중단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역사는 아사리판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국가의, 기업의, 개인의 운명은 이때 갈렸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은 글로벌 패권을 잡았고,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은 G2 국가로 올라섰다. 외환위기는 대우를 해체시키며 국내 대기업들을 재편시켰다. 건설사들의 판도 변화도 이때 일어났다.

수십년 뒤 돌아보면 코로나19도 세계사의 터닝포인트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꾸준히 힘을 잃어왔던 구미 강대국들은 쇠퇴하고 새롭게 떠오른 신흥국들이 그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까. 감히 예상컨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코로나19가 언젠가 마무리되면 멈춰 섰던 해외 프로젝트들이 봇물처럼 재개될 것이다. 코로나19 대처로 차근차근 쌓아둔 글로벌 신뢰와 인지도는 그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의료진도, 시민들도 많이 지쳤겠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대처해 온 것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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