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건설업계도 발목이 잡혔다. 주택 분양 실적은 신통치 않고, 재개발·재건축 사업 일정은 순연되고 있다. 또 사회간접자본(SOC) 발주도 지연되고, 저유가 영향으로 해외 건설수주도 바닥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마저 발생, 건설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건설 산업이 ‘예상보다 센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주택 분양업계는 부동산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코로나19로 분양 연기가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2월 이후 4월 현재까지 사이버 모델하우스, 유튜브 등으로 분양 홍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3월에 미달 가구 없이 순위 내 분양을 마감한 곳은 대우·SK건설 컨소시엄이 공급한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등 일부에 불과했다. 지방에서는 상당수 분양 현장이 청약 저조로 업체들이 미분양을 안고 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고 분양 일정을 기약 없이 미룰 처지도 아니어서 주택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시정비사업도 순연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이 지난해 수주경쟁을 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등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 대부분이 사업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여기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도 사업 일정 지연에 한몫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더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들의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대부분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공사 발주에 필요한 회의(임시회 등)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회의 연기 등에 따른 공공공사 발주 지연으로 국토교통부 산하의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등의 공사 예산 집행률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들 공기관의 1분기 공공공사 발주 실행률이 목표치(전체 발주액의 약 25%)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주택 및 건설 경기 실사지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건설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4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100 기준) 전망치는 42.1로 전월 대비 8.9포인트(p) 하락, 2013년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주택 분양·준공·입주 등의 어려움 가중과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 100 기준)도 전월 대비 9.4p하락한 59.5를 기록했다. CBSI 지수가 60선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2월(54.3) 이후 7년 1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이처럼 건설산업 전반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와 특별자금 지원, 공공공사 조기 발주 독려 등 정부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건설경기 침체 가속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생활SOC와 공공 복합화 시설, 국가 인프라, 노후건축물에 대한 적기 투자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 산업이 급격한 침체로 진입할 경우 한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은 건설 산업의 위기이자 국가적 경제위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건설 산업 부문에 최대한의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건설업체들도 각사 스스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세우는 등 위기극복에 나서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