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400조원 규모였던 한국의 국가부채는 꾸준히 늘어나 2019년에 700조원을 넘어섰다. 작년에는 1조3000억원가량의 세수결손이 발생하는 등의 악재가 더해지면서 재정수지도 역대급으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개선을 위해 그간 정부는 재정집행의 확대에 주력해왔다. 실제로 2019년의 지방재정 집행규모는 역대 최대였으며 예산집행률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공공공사의 발주도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의 건설공사계약액은 전년보다 3.6% 증가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공공공사 계약액의 증가폭이 확연하다.

그런데 금년에는 갑작스럽게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블랙스완이 등장했다. 이는 기 작성된 올해의 전망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한 요인이기도 하다. 어쨌든 여파는 컸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한편 국·내외의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타 선진국들의 역성장 예측에 비하면 오히려 양호한 수준이다. 위기상황에 맞서 정부는 지난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의 추경을 준비했지만 곧 2차 추경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다. 뒤이어 금융시장 안정화방안 등 추가대책도 이어졌다. 건설업계는 경기부양에 필요한 SOC예산으로 5조원 이상을 요구했다.

이 와중에도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부동산시장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를 반영해 지난 3월에는 산업별 지원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국토부 장관이 배석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그 뒤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을 국방과 SOC 같은 분야의 예산을 조정해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예산조정안의 내용을 예시하면 이런 식이다. 만약 상반기에 계획됐던 해외출장이 지금 같은 시국에서 연이어 취소됐다면 비용지출은 없다. 하반기에 출장계획을 2배로 늘려서 집행할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금년에는 이런 불용예산들을 각 분야에서 취합해서 타 용도에 활용하는 것이 실리적이다. 적용범위는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사실상 모든 분야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SOC예산의 축소언급에 즉각 반발했다. 인프라투자가 최선의 경기부양책이라는 논리와 생산유발효과 등이 다시금 제시됐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 새로울 것은 없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건설업이 차지하는 역할과 위치를 다른 산업이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OC예산의 점진적인 감축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작년부터 확연하게 돌아선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후 정부의 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확정된 내수보완방안에 따르면, 하반기로 예정된 정부와 공공기관의 건설투자가 2분기에 조기집행될 예정이다. 미착공사업의 조기발주와 자재비 등의 선급지급 확대는 물론 수의계약요건 등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공공계약의 속도를 높이는 내용 등도 포함된다.

이런 식이라면 SOC투자에 관한 최근의 논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고, 우리도 굳이 건설투자에 대한 정부의 발언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무엇보다도 건설투자만큼 투입된 비용대비 결과가 경제성장률 등의 수치로 확인되는 분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투자는 예산확보와 동시에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부터 추진된 건설투자안의 상당수가 실제 건설사들의 공사물량으로 발주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감안한다면 조급함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내년의 사업은 내년의 예산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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