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IMF가 세계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내놓기 시작한 198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예외 없이 모두 ‘역성장’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IMF의 전망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더딘 성장을 하게 된다. IMF는 모든 국가가 전염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동시에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하반기 소강 가정해도 세계 경제 -3.0% 성장…내년 반등도 불확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14일 오전(현지 시간)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예측이 맞는다면 세계 경제는 IMF가 공식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1980년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종전 최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0.1%)이었다. 같은해 4월에 IMF는 그 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1.3%로 예측했던 바 있다. 이 때를 제외하면 IMF가 세계 경제의 역성장을 예측했던 적은 없다.

이는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된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아 방역 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되는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가정한 예측이다.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IMF는 공장 ‘셧다운’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와 같은 경제적 혼란이 2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에 따라 국가별로 올해 근무일의 약 5~8%가 손실될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 충격과 달리 팬데믹은 노동 공급 감소와 함께 사업장 폐쇄 등을 초래해 공급망 혼란, 생산성 하락 등 파급 영향을 연쇄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전염병 발생국의 산업 활동과 소매업, 고정자산 투자 등 실물 지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반영했다.

아울러 주식·채권, 환율 등 금융 시장에의 충격은 실업률 상승과 겹쳐지면서 ‘디폴트’(default, 채무 불이행) 리스크를 높이며 이는 국제 금융 시장을 통해 증폭된다. IMF는 이 같은 금융 여건이 상반기까지 긴축된 후 하반기부터는 완화될 것을 가정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간 석유 감산 합의가 무산되면서 급락했던 원유 가격은 올해 배럴당 평균 35.6달러, 내년엔 37.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봉쇄 조치(Great Lockdown)가 시행되면서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돼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악화했다는 것이 IMF의 판단이다. IMF는 1년에 4번(1월, 4월, 7월, 10월) 세계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내는데, 이번 전망치는 가장 최근 전망인 올해 1월(3.3%) 대비해 -6.3%포인트(p) 대폭 낮춘 것이다. 사상 최대의 하향 조정 폭이다. 선진국(-6.1%)과 신흥국(-1.0%) 모두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 전망치는 중국을 제외하면 -2.2%까지 낮아진다.

내년에는 5.8%까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는 2009년에 -0.1% 후퇴했다가 2010년에 5.4%까지 회복됐던 적이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에 대한 전망치는 각각 4.5%, 6.6%로 제시했다. 그러나 반등 여부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IMF는 강조했다. IMF는 “올해 하반기 중 팬데믹 종료 여부와 정책적 지원 효과에 달려 있다”며 “내년 말 국내총생산(GDP) 수준은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코로나19 이전이었던 올해 1월 WEO 수준까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적었다.

팬데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거나 내년에 재발할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얘기다. IMF는 ①봉쇄 등 방역 조치가 기존에 시행된 기간의 50%만큼 더 오래 지속될 경우 ②내년 중 재발할 경우 ③①+②가 함께 올 경우 등 3가지 부정적 시나리오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①의 경우 올해 -3%p, 내년 -2%p, ②의 경우 올해는 변동이 없지만 내년에 -5%p ③의 경우엔 올해 -3%p, 내년 -8%p까지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 -1.2% 외환위기 후 최악의 성적표…선진국 대비 선방

IMF의 WEO 분류상 선진국에 속하는 한국은 올해 -1.2%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외 개방도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 특성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 발표했던 당초 전망(2.2%)보다 -3.4%p 하향 조정된 수치다. IMF의 예상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조정 폭은 금융위기 때보다는 작았다. 2008년 10월 우리 경제 성장률을 3.5%로 전망했던 IMF는 2009년 4월에 이를 -4.0%까지 -7.5%p 대폭 조정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해 실제 성장률은 0.8%로, IMF 전망보다는 높았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봐도 한국 성장률에 대한 하향 조정 폭이 가장 작았다. IMF WEO 분류상 선진국에 속하는 39개 국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한국의 조정 폭이 최저였다. 싱가포르(-4.5%p), 일본(-5.7%p), 대만(-5.9%p), 미국(-5.9%), 독일(-8.2%p), 호주(-9.0%p), 이탈리아(-9.6%p) 등 모든 국가가 올해에는 역성장할 것으로 IMF는 예상했다.

성장률 전망치 수준 자체도 선진국 그룹 및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를 위해 정기적인 연례협의를 실시하는 IMF 내 미션단의 단장 안드레아스 바우어는 “높은 대외 개방도를 고려하면 주요 교역국의 급격한 성장 전망 하향에 반영된 대외 수요 부진이 성장 전망을 제약한다”면서도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한국의 전방위적 접근과 신속한 경기 대응 정책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 “모든 국가들의 성장률을 유례없는 수준으로 전망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선 비교적 나은 전망을 내놨다”며 “방역 조치를 포함한 경기 대응 노력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했다고 진단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언급했다.

IMF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고 보건 지출을 확대하는 데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피해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의 선별적 재정·통화·금융 조치를 통해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이 부분에서 IMF는 소상공인 고용 유지, 가족돌봄 지원, 기업 유동성 지원,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확대 등 한국 정부가 취한 정책들을 다른 여러 국가의 대응 조치와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IMF는 대규모 재정 지원은 적기에, 한시적·선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봤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은 금융 기관에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해야 하고 정부도 한시·선별적 보증 또는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입자에 대해선 은행의 재협상을 독려하는 동시에 경기 대응을 위한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 필요시엔 외환 시장 개입, 한시적 자본 이동 관리 조치 등도 사용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된 후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IMF는 분석했다. 각국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 빠른 경기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긴급하게 지원된 것들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그간 늘어난 부채를 관리하면서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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