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늙어가면서 건강관리가 필요하듯 인프라도 노후화돼 가면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주요 인프라들은 1970년대의 고도 경제성장기와 함께 건설됐으며, 이제 50세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노후화돼 가는 인프라의 건강관리를 위해 지속가능한 기반시설관리법 등을 실시하며, 기반시설에 대한 최소 유지 관리기준과 계획을 수립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선제 대응 체계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자산관리’다.

인프라 자산에서 자산관리(어셋 매니지먼트)란 국민으로부터의 세금과 요금 등을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고, 그 운용·관리를 통해 공공서비스를 창출해 국민에게 환원하기 위한 체계화된 활동으로 정의된다. 즉 인프라 자산의 자산관리는 운용·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 인프라 자산의 가치를 최대화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인프라 자산관리는 영국의 PAS55에서 시작해 ISO55001 등의 국제표준으로 개발돼 해외 각국에서 인프라 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자산관리의 도입이 여러 차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적극적인 도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인프라 자산관리의 개념이 금융 자산관리와 혼동되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인프라 자산관리의 개념은 법인이나 개인으로부터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위임받아, 이를 적절하게 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행위를 뜻하는 금융의 자산관리에서 출발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인프라 자산관리와 금융 자산관리는 크게 세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먼저 인프라 자산관리는 장기 사용성이 요구된다. 금융 자산관리는 수년 정도의 거래 기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인프라 자산관리는 50년, 100년을 넘는 장기간으로 이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그 기간 동안에 기능 제한이나 기능 정지가 최소한으로 그칠 것이 요구된다. 두 번째, 가치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에서는 모든 가치를 화폐로 환산할 수 있고, 이 가치를 최대한으로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인프라 자산관리는 화폐 환산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와 성능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는 공공성이다. 금융자산의 자산관리에서는 자산 주체의 이익만을 고려하면 된다. 그러나 인프라의 자산관리에서는 세금과 요금을 내고 있는 모든 국민이 위탁자가 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높은 투명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40세 인구는 84만명인데 비해, 20세 인구는 62만명, 0세 인구는 31만명에 불과하다. 현재는 충분한 경제성장과 경제활동인구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의 세금으로 인프라 유지관리에 충분한 비용을 확보할 수 있으나, 장래에 급격한 인구 감소가 급격한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 지금과 같은 대응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인프라 자산관리 개념을 적용해 선제적이고 예방적으로 인프라 노후화에 대응함으로써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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