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기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경기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문제는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 구조조정 작업이 필수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사회기반시설(SOC) 관련 예산 5804억원 등 사업비를 조정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올해 SOC 예산은 2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9조7000억원보다 18% 가량 늘어났다. 국토교통부만 놓고 보더라도 국토교통 관련 올해 세출 예산은 20조496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9222억원(16.6%) 증가했다. 도로, 철도, 항공·공항 등 SOC 대부분 올해 예산 집행규모를 확대했다.

예산이 많이 잡힌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해 일정 부분 축소는 피할 수 없다는 점엔 동감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문재인 정부 내내 SOC 예산이 축소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올해 예산이 늘어났어도 예전과 비교하면 결코 많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 출범 전 24조~25조원에 달하던 SOC 예산은 2017년 22조1000억원으로 떨어진 후 2018년과 2019년엔 19조원대로 20조원을 밑돌았다. 그동안 건설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다행히 정부도 무턱대고 SOC 예산을 깎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에 구조조정한 SOC 예산 중 5500억원은 사업 마무리까지 오랜 기간이 남은 철도사업 예산이라고 밝혔다. 당초 의도했던 사업 본연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예산 삭감을 최소화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벌써부터 걱정이다. 한 번 SOC 예산을 깎기 시작하면 앞으로 국가재정을 추가로 마련해야 할 때마다 SOC에 손을 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 철도, 항공·공항 중에서 어떤 분야 예산을 줄이더라도 건설산업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3차 추경’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민간 주택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공공부분의 건설 예산까지 감소하면 건설산업이 받는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9.4포인트 떨어진 59.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건설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이 지수가 60선 밑으로 하락한 것은 7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SOC 예산 삭감의 기준으로 내세운 ‘사업 집행률’이 정확한 준거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대규모 건설 사업일수록 추진 중에 돌발 변수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예상보다 공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집행률 뿐만 아니라 해당 SOC 사업의 수요 등이 면밀하게 검토된 후에 삭감 대상을 골라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SOC 예산을 삭감할 때 건설업에 재정을 쏟을 때 만드는 경기부양 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재정 지출 시 건설업 파급효과 비교 분석’에 따르면 건설 부문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당 13.9명)는 정보통신 및 방송 서비스 부문(12.7명), 전기 및 전자기기 부문(5.3명) 등보다 훨씬 크다.  노동소득 분배율과 후방 연쇄효과도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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