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1월 전망치 +3.3%에서 6.3%포인트를 하향 조정한 -3.0%로 발표했다.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조정된 것이다. 이는 과거 오일쇼크 무렵인 1982년 0.6%, 그리고 금융위기인 2009년 -0.1%보다 더 상황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덧붙여 IMF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정책이 마무리된 이후 각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IMF가 제시한 -3.0%를 세계가 지금 경기침체에 대응하지 못하면 현실화되는 숫자로 이해할 때, 아마 특별한 사정이 없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늦어도 하반기에는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다양한 경기부양 방법이 있으나 가장 확실한 정책은 뭐니뭐니 해도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3차 추경에 대한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추경이란 추가경정예산을 말한다. 법적인 근거로 헌법 제56조와 국가재정법 제89조에는 전쟁,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미 확정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이미 약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이 반영됐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도 조만간 집행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두 차례의 추경은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염병 방역과 국민들의 심각한 생활고를 방어하기 위한 수성적 재정지출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제부터 준비해야 하는 3차 추경은 공성적 성격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한국 경제사에서 한 해에 세 번의 추경을 편성한 것이 반세기 만에 처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충격이 거대함을 실감할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3차 추경의 필요성과 함께 그 방향성에 대해 한국판 뉴딜을 언급했다. 정부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유지했던 정책 기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요인들로 3차 추경의 규모와 방향성에 대한 예상이 쉽지 않다. 일단 규모 면에서는 최소 10조원에서 많게는 30조원 내외의 대규모 추경편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1~3차 추경 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 순재정지출 규모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약 0.5~1.3%포인트 상승시키는 영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지출 및 감세의 무게중심이 다른 방향일 경우 민간 부문에 대한 구축 효과나 부가가치의 해외 누수효과가 커져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게 된다.

만약 3차 추경편성의 주된 목적이 경기부양에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건설투자를 인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건설투자는 성격상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반면 부가가치 해외유출도 적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수단으로는 최적이다. 가장 가까운 예가 바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이다.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8%에 불과했다. 그러나, 건설투자 증가율이 3.6%에 달했으며, 만약 건설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실제 경제성장률은 0%에 그쳤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건설투자를 민간과 정부 부문으로 나눴을 때, 민간투자 증가율은 전년대비 ?4.2%로 오히려 투자가 감소했었다. 반면 정부투자 증가율은 29.1%로 건설경기, 나아가 전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정부투자의 일정 부분이 4대강 사업 등과 연관돼 당시는 물론 지금에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그때처럼 경기부양을 위한 건설경기 진작에 적극 나설지는 의문이다.

SOC(사회간접자본) 등 정부투자가 개입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비록 뉴딜을 언급했지만, 과거처럼 대규모의 정부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아마 ‘생활형SOC’라는 SOC가 아니면서 SOC라고 불리는 소규모 단위의 지역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한 가지 불안 요인은 재정건전성이다. 3차 추경에 있어서도 방어적 성격의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성향상 3차 추경에서도 고용시장 안정과 복지 확대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서는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반대로 다른 분야에서는 예산이 깎이는 경정예산이 지침이 될 듯도 하다. 불안하게도 최근 예산을 감액해야 하는 분야로 거론되는 것이 R&D(연구개발)와 SOC이다.

하반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에 대한 희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가 어떠한 식으로 대응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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