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폭락하던 주가를 막은 것은 놀랍게도 개미군단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무섭게 팔아제낄 때 개인들이 엄청난 쌈짓돈을 싸들고 증시로 뛰어들었다. 주가가 최저점을 찍었던 3월19일부터 5월8일까지 외국인은 10조472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10조4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판 것을 족족 다 받아냈다는 얘기다. 1457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1900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의 놀이터라 불린다. 주식매매와 환전에 규제가 거의 없어 손쉽게 주식을 사고판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이 일순간 빠져나가면 주가는 폭락한다. 두려움에 빠진 개인도 손을 털면서 주가는 하염없이 하락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인이 막아냈다. 한국 증시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한국경제는 알게 모르게 체질이 강화됐다. 1998년 외환위기 때를 보자. 그때는 개인도, 기관도 돈이 없었다. 폭락하는 주가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10년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덩치가 생각보다 커 있었다. 연기금이 외국인이 내던진 주식을 대량 사들이면서 코스피 900을 지켰다. 12년이 지난 코로나 위기에는 개인이 폭락을 막아냈다. 큰손 외국인과 견줄 만큼 그만큼 돈 가진 개인이 많았다는 얘기다.

도대체 시중에 돈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광의의 통화(M2)는 지난해 2197조원으로 2007년(1273조원)보다 2배 가까이 불어있다. M2란 가장 흔히 사용하는 통화량 지표다. 현금과 요구불예금(개인이 요구하면 은행이 곧바로 지급하는 예금)에다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거주자 외화예금을 포함한 것으로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시중 통화량을 의미한다. 즉 시중에 풀린 돈이 10년 새 2배나 불어있다는 얘기다. 저금리로 많은 돈이 풀렸고, 한국경제가 계속 성장하면서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자산도 많아진 것이 원인이다. 실제 한국은 2014년 이후 해외투자를 더 많이 하는 대외 순채권국으로 바뀌었다.

걱정되는 것은 이 부분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 시중에 떠다니는 이 뭉텅이 돈이 어디로 흘러가겠느냐는 것이다. 경제침체기가 길어지면 투자는 결국 ‘믿을 만한’ 부동산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만약 보복성 소비로 경기회복이 빨라지는 경우에도 수요에 대한 기대로 부동산이 자극받을 수 있다. 실제 코로나가 잦아든 중국에서는 부동산 과열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서는 20분 만에 아파트 814채가 계약됐고 선전시에서는 최대 5500만 위안(약 96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54채가 분양 당일 모두 판매됐다.

유동성 파티는 글로벌 문제라는 점이 더 걱정스럽다. 200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중반의 전 세계적인 부동산 호황은 손쉽게 국내에 전염됐다. 중국자본이 밀려오면서 심지어 제주와 강원도 집값을 자극했다. 유례없이 돈을 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제때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그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남발 부동산 가격하락이 추세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간 가파른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감과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심리가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조정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에 맞서 싸웠던 증시의 개미군단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 부동산으로 향할 때 적절한 시점에 금리 인상과 부동산 안정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이 통화당국과 부동산 당국이 준비해야 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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