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연 리포트]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 ‘면제조항’ 개선해야
상태바
[건정연 리포트]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 ‘면제조항’ 개선해야
  •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장
  • 승인 2020.05.18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공사 발주자는 하수급인이 건설공사를 시공하기에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거나 하도급계약금액이 도급금액 중 하도급부분에 상당하는 금액의 82% 미만일 때 또는 하도급계약금액이 하도급부분에 대한 발주자의 예정가격의 64%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의 시공능력과 하도급계약내용의 적정성 등을 심사해야 한다. 심사결과 90점 미만일 때 수급인에 대해 발주자가 하도급계약 내용 변경 또는 하수급인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 항목별 점수의 합계가 90점 미만이더라도 수급인이 공개경쟁 입찰방식을 통해 하도급부분금액과 입찰자평균금액에 대해 일정비율 이상의 하도급금액으로 하수급인을 선정하거나, 하도급관리계획서상의 하도급조건에 따라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이거나, 신기술 보유 업체 또는 특허권이 설정된 공법으로 시공하는 업체에게 하도급하는 경우에는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해 발주자가 하도급계약내용 또는 하수급인의 변경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도록 수급인에게 면제 조항을 두고 있다.

정부는 저가하도급계약의 근절을 위해서 지난해 3월26일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대상 기준을 하도급계약금액이 하도급부분에 대한 발주자의 예정가격의 60%에 미달하는 경우에서 64%에 미달하는 경우로 강화해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하도급계약 평가 점수가 기준 점수에 미달해도 면제되는 업체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면제조항의 개선이 필요하다.

신기술 보유 또는 특허권 설정 공법으로 시공하는 하수급인과 체결된 하도급계약의 적정성 심사 시에 하도급계약 심사평가 점수가 90점 미만이더라도 심사에 통과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하수급인 중 신기술이나 특허를 보유한 업체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수급인은 금액을 낮춰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신기술 또는 특허 공법을 사용하는 하수급인이 기술력에 따라 더 대우받는 것이 아닌, 오히려 불리해지는 것이다. 또한,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하수급인 선정 시 하도급계약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는 면제 조항은 하도급계약 금액비율이 82%보다 낮아도 심사를 통과할 수 있어 하수급인들 간의 최저가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1조제4항에서는 발주자의 하도급계약 내용 변경 또는 하수급인 변경 요구에 수급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아 공사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발주자는 해당 공사의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의 규정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급계약 해지를 의무규정으로 개정해야 한다. 저가의 하도급계약을 사적 자치 또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하도급계약의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영역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가가 발주하는 시설물의 품질과 안전을 담보하는 한편 수급인의 기여도를 초과하는 잉여이윤이 사실상 하수급인의 경영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제도는 저가하도급 계약을 방지해 공정한 하도급계약이 이뤄지도록 하는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는바, 저가하도급 예방이라는 중요한 정책목표 실현을 위한 제도로서 그 기능을 실효성 있게 운영한다면 상생협력의 하도급거래 질서 정착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장] skpark@ricon.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