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조선 수군기지 통제영 건설과 최초 서양 도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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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선 수군기지 통제영 건설과 최초 서양 도래인
  • 현암 최정간
  • 승인 2020.05.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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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대항해시대는 그 막바지인 1604년 대륙의 동쪽 끝 조선에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수군기지 삼도수군통제영이 바로 그곳이다.

임진왜란 직후 제6대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이경준 장군은 조선 남쪽 고성군 두룡포 무인지경에 수군 총사령부인 삼도수군통제영을 건설했다.

이 장군은 7년 동안 임란에 참전하면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그는 1603년(선조36) 2월1일 통제사로 부임한 후 조선 수군의 원대한 전략적 염원이 담긴 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조선 수군 총사령부 건물인 세병관을 비롯해 많은 수군 병력과 그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는 부속 건물, 군수 물자를 조달하는 12공방 등이 축조됐다. 이어 군사도로들이 만들어지고 전함을 숨길 수 있는 해양 요새가 축성되는 등 매머드급 수군계획도시로의 면모를 갖춘 건물과 시설물들이 속속 완성돼 갔다.

이 장군은 드디어 1604년(선조 37년) 9월9일 중앙절에 선조 임금으로부터  삼도 수군 요새 완성의 윤허를 받았다.

통제사 부임 후 1년7개월 동안의 집중 공사 덕분이다. 임란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국력을 총집결시켜 건설에 매진한 결과이다.

이 장군의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조선 수군 기지 통영은 오늘날 세계 해군기지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장군은 후손들에게 ‘통영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1993년 10월 방한한 포루투갈의 마리오 소아레스 대통령에게 조선왕국과 포르투갈의 첫 만남이 기록된 등록유초 복사본을 증정했다. 오른쪽부터 소아레스 대통령, 주한포르투갈 대사, 최정대 코리아타임스 칼럼니스트, 필자.
◇1993년 10월 방한한 포루투갈의 마리오 소아레스 대통령에게 조선왕국과 포르투갈의 첫 만남이 기록된 등록유초 복사본을 증정했다. 오른쪽부터 소아레스 대통령, 주한포르투갈 대사, 최정대 코리아타임스 칼럼니스트, 필자.

한편, 수군 기지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1604년 6월14일 통제영 앞바다 당포(현 통영시 삼덕항)에 정체불명의 괴선박이 출현했다.

이 장군은 참모장인 신여량 장군에게 즉각 괴선박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조선 수군은 한나절 반 동안의 치열한 교전 끝에 괴선박을 나포해 신문한 결과 이 배의 정체는 일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남아 무역선(朱印船)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4월 캄보디아 프놈펜 항구를 출항해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풍랑을 만나 조선 통제영 앞바다에 표류한 것이다. 승선한 일본 상인들 가운데 뜻밖에도 파란 눈의 이방인이 있었다. 대륙의 머나먼 서쪽 끝에서 온 포르투갈 상인 주앙 멘데스(당시 34세)였다.

그는 대항해시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자락 조선 왕국에 도착한 최초의 서양인이라는 역사적 기록의 영예를 안게 됐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외국인으로 흔히 알려진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1653년)보다 49년, 같은 국적의 베르테브르(1627년)보다 23년 앞선 기록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이 기록된 고문서는 조선시대 비변사 기록인 ‘등록유초’였다. 당시 국경수비일지로, 요즘으로 치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밀문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등록유초는 역사학자인 고 박태근 박사와 필자에 의해 1987년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발견됐다. 두 사람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역선 나포 장면을 생생하게 그린 ‘당포승첩지도’도 1991년 추가로 발견했다.

필자와 가형 최정대(코리아타임스 칼럼니스트)는 1993년 방한한 포르투갈의 마리오 소아레스 대통령에게 조선 왕국과 포르투갈과의 첫 만남이 기록된 등록유초 복사본을 증정했다.

이후 2006년 9월14일 통영시 삼덕항에 당시 진의장 통영시장 주도로 ‘최초 서양 도래인 주앙 멘데스 기념비’가 세워졌다. 포르투갈 정부는 한국·포르투갈 우호의 상징으로 포르투갈 해군성 문장이 조각된 동판을 주한 포르투갈 대사를 통해 보내 기념비에 함께 새겼다.

400여 년 전 안보 SOC(사회기반시설)인 대규모 수군기지 건설로 통영이라는 도시가 탄생하고 첫 서양인이 이곳에 상륙하고, 오늘날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발전한 사례가 서로 연결되면서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매월다암원장·차문화 연구가

[현암 최정간] koscaj@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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