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연 리포트] ‘적정 공사비·공기’ 확보가 대형 참사 막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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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연 리포트] ‘적정 공사비·공기’ 확보가 대형 참사 막는 길
  •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 승인 2020.06.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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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연 리포트

건설현장에서 유사한 안전사고의 반복적 발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설근로자 38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는 2008년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의 원인과 유사한 반복사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건설현장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사고가 대형 참사로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리의 건설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발주자의 무리한 공기단축 요구가 지적된 바 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를 계기로 국토교통부는 건설안전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건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다양한 센서 등을 도입한 안전관리나 감시, 처벌 강화를 이야기한다. 물론 이러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진정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공사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여건 조성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과 더불어 건설현장의 재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우리 모두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건설근로자와 건설기업뿐만 아니라 발주자와 정부도 포함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낮은 공사비, 짧은 공기가 미덕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품질과 안전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품질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각 기업들이 자사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충분한 관리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안전은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발주자)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등한시하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좋은 건물을 싸고 빠르게 짓는 것이 아니라, 좋은 건물을 싸고 빠르고 안전하게 짓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주자가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 발주자가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건설현장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정 공사비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충분한 공사기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충분하지 못한 공사비는 충분하지 못한 인력과 장비, 안전관리비로 이어지고, 안전사고 발생의 결과를 가져 온다. 특히 전체 안전사고의 70.8%가 2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규모 현장에서도 적정공사비가 확보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준공기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시공사에게 지체보상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시공사는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부실공사 및 재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안전사고 방지하려면 발주자가 충분한 공기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현장 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발주자의 사정에 충분하지 못한 공사기간을 설정할 때에는 공사비와 공기의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고려해 충분한 공사비를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안전은 다른 사람이 챙겨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충분한 제도가 갖춰지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규제 중심의 안전 관리가 적절할 수도 있지만, 이미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규제만으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간접적인 안전대책에 눈을 돌리고 나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adelid83@ricon.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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