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기’, ‘도랑 치고 가재 잡기’,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가지 행동으로 두 가지 이상의 이득을 얻게 될 때 즐겁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심란하고 움츠러들 때는 이러한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상쾌한 보너스처럼 여겨질 것이다.

20~30대를 중심으로 ‘펀슈머(funsumer)’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펀슈머는 펀(fun)과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착실하게 소비하는 모범생보다는 재미를 찾아 소비하는 애호가(꾼)의 이미지가 감지된다. 같은 비용으로 이왕이면 재미있게 돈을 쓰자는 것이다. 재밋거리를 찾아서 소비자의 입맛이 영특하고 독특하게 진화하고 있다. 재미는 주관적이지만 공유하려는 속성이 있다. 자기만의 독특한 즐거움을 누린 사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인에게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에게도 재밋거리를 알리고자 안간힘을 쓴다.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는 젊은이들이 수십 미터의 줄을 서서 기다린다. 고품질의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방문 인증샷을 찍어 공유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 지난해 말 한 방송에서 유명세를 탄 서울의 한 돈가스 가게가 제주도로 이전한 이후 하루 130여 개 한정 판매하는데, 펀슈머들은 코로나19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 6시부터 대기 줄을 서고 7시경에는 대기 번호가 마감된다고 한다. 인근에서는 대기 텐트 대여업체도 생겨서 SNS로 예약을 받고 있다. 맛보기와 더불어 이 가게를 방문하는 재미를 만들고 싶어 하는 소비자층이 몰려든 것이다.

펀슈머는 상품과 서비스, 산업과 사회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상품명을 재미있게 작명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에 이르기까지 생동감 있게 진화하고 있다. 국내 식음료 회사들이 의류나 가방 제조업체와 협업해 ‘재밋거리’를 담은 상품과 상품명을 출시하기도 한다. 한 주류회사는 신발회사와 협업해 주류회사 로고와 문양을 새긴 슬리퍼를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업체는 식품업체와 의기투합해 음식 이름처럼 들리는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했다. 외국인은 물론 우리 젊은이들도 한복을 빌려 입고 경복궁을 찾으면서 고궁 주변 상가 지형이 바뀌었다. ‘가성비’를 따지던 소비자가 이제는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의 비중)를 앞세우는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 건설산업이 창출한 공간과 시설물에서는 어떤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멋있게 보이는 웅장한 초고층 빌딩 대부분은 우리가 먼발치서 “우와~” 한마디 하며 지나갈 뿐 재밋거리를 기대하며 찾아가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국내 SOC 시설물도 안전성과 경제성에 집중하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고속도로 터널에서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목적이라 하더라도 자극적인 번쩍번쩍 불빛과 요란한 사이렌 소리는 여행의 재미는커녕 위협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건설 시설물은 기능성과 경제성이 중요하지 ‘가잼비’를 생각할 여지가 없다는 선입관은 곡해와 몰지각의 소산이다. 자연과 인간과 사회의 연결고리를 엮어내는 건설산업은 생동감 있는 재미와 이야기를 창출하며 펀(재미) 트렌드에 편승할 수 있는 비결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재미와 이야기는 입체적일 때 효과성이 크다. 건설산업의 본질은 자연적 공간을 사회적 공간으로 연결하는 활동이므로 자연적, 인간적, 사회적, 상상적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창출해 내기가 수월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발주자가 ‘재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펀(재미) 트렌드를 수용할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발주자는 시설물의 소비자로서 시설물의 기능과 성능뿐만 아니라 이 시설물의 고유한 재밋거리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생산자에게 요구해야 한다. 모든 공공 시설물 발주 예산에는 이러한 ‘재미’를 창출하기 위한 설계와 시공이 이뤄지도록 예산 항목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잼비’를 높이려면 가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

건설기업은 발주자와 최종 소비자의 ‘가잼비’를 높여 주어서 후속 소비(발주)와 시장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해야 한다. 재미의 아이디어와 의지는 발주자에게 있을지라도 재밋거리를 구현해내는 기술과 방법은 기업이 발휘해야 한다. 눈길과 마음이 움직여가는 주택, 업무공간, 도로 시설물, 수자원 시설물, 녹지공원 및 도시공간에서는 참여기업과 건설 서비스 브랜드의 가치도 함께 움직여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untact) 경제가 활성화되면 건설 소비와 생산 패턴도 바뀔 것이다. 건설산업은 재미있고 즐거운 삶을 ‘건설’하는 산업이 돼야 한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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