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의 미국은 혼란 그 자체다. 코로나 확진자는 21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1만명이 넘어섰다. 감염자수로도, 사망자수로도 단연 세계 1위다. 오랜 자택대기령으로 실업률은 13%까지 올랐다. 흑인 인종차별문제까지 불거졌다.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눌려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과거에 비해 상당히 평화적으로 진행됐다지만 여전히 일부지역은 폭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방위비 분담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독일에서 미군 일부를 철수하겠다고 했고, 코로나대응에 대한 불만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지원을 끊었다.

여기까지 보면 미국에 더 이상 세계 최고의 정치·경제·군사 강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세기는 정말 저물어가는 것일까.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이 와중에도 미국 언론 한켠에는 미국의 ‘혁신’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가 첫 민간 유인우주선을 우주로 쏘는 장면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우주선 ‘크루 드래곤’은 무난하게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했다. 스페이스X는 “달과 화성 여행을 위해 바다 위에 떠 있는 우주선 발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이르면 내년 말 4명의 민간인 관광객을 지구 궤도에 보낼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카운티는 최근 의미있는 결정을 했다. 온타리오 국제공항과 샌버나디노의 도심을 잇는 철도프로젝트에 기존 철도 대신 하이퍼루프를 적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하 10m 깊이에 이중터널을 뚫고, 테슬라가 만든 자율전기자동차를 투입한다. 하이퍼루프는 진공튜브를 통해 차량을 이동시키는 차세대 운송수단으로 2013년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하이퍼루프는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센터·카지노호텔~도심, 다저스스타디움~LA 도심, 볼티모어~워싱턴 D.C 등에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하이퍼루프가 완공되면 초고속 열차가 없었던 미국의 공공운송수단 체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게 된다.

두 개의 혁신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와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이끌고 있다. 코로나로 100년 전 스페인독감이 소환되고, 플로이드 사건으로 1967년 인종차별반대 시위가 재조명되며, 미국이 1930년대 고립주의로 되돌아간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뚜벅뚜벅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이라는 질문을 여기서 던지게 된다. 드라이브스루, 스마트폰을 이용한 확진자 동선파악 등 빠른 코로나 대처까지는 모범이었지만 그 뒤를 이을 미래형 혁신사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낡은 것과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면서 의지가 꺾인 혁신기업가의 얘기가 더 크게 들려온다. 남북상황이 경색되면서 단시간 내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투자처를 잃은 돈이 몰려가는 곳은 결국 부동산이다. 12·16 대책 이후 잠시 멈칫했던 서울과 경기, 충청권의 땅값이 다시 들썩인다. 정부는 21번째 대책을 내놨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이유가 근본적으로는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이지만, 그것만 원인으로 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코로나 대처로 2조 달러(한화 약 2400조원)의 돈을 푼 미국도 부동산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심해 본다. 혹시 한국인들이 꿀 만한 꿈이 달리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건물주는 한국인의 꿈이고 동경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달과 화성으로 여행을 떠나고, 지하터널을 통해 순간이동이 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토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명 포스트코로나 시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것이 현실인 것 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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