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네이밍(Naming) 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처럼. 명사, 형용사를 어떻게 불러주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정해지고 프레임이 짜진다. 그래서 네이밍은 특히 선거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무기로 작용하곤 한다.

건설산업은 우리나라 GDP(국민총생산)의 15~16%를 차지하는 산업·경제 기반이다. 건설인이라고 통칭하는 관련 종사자가 200만명이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류문명사는 곧 건설 발전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때문에 ‘건설적’이라는 수식어는 대개 생산적 혹은 발전 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건설적 대화, 건설적 정책 같은 표현이 그것이다. 소모적으로 써서 날려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설, 건축물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건설이 유독 폄하되고 곡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건설업자’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슈 사건이 터지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게 바로 ‘건설업자 000’이다. 보다 못해 지난해 법조문 상의 자구까지 ‘건설사업자’로 변경해 1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여전하다. 일반인들이야 아직 잘 몰라서 그렇다 치고 신문, 방송 등 언론에서조차 고쳐지지 않는 이유를 잘 이해할 수 없다.

‘건설사업자’가 맞다. 그 표현 하나 써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건설사업자들도 스스로 의무와 역할을 엄격하게 해 뭇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건설인들이 유감을 느끼는 게 또 있다. 중소기업 정책, 산업정책에 건설업이 아예 제외되는 경우이다. 이른바 ‘패싱(passing)’ 당하는 것이다. 건설업은 우선 산업단지 입주가 불가능하다. 그것도 도박업 같은 사행 행위 업종 등과 함께 제외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산업단지는 산업 간 융합이 촉진되는 공간이다. 공기 중 산소는 너무 당연해서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일까. 일터, 터전에 건설업이 빠져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코로나19 피해 지원대상서도 건설업은 없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서도 마찬가지로 빠졌다. 정부의 ‘규제샌드박스’에서도 지난해 건설업은 단 한 개 분야만 선정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명문장수기업 대상 업종에서도 건설업은 부동산업 등과 함께 제외돼 있다. 사업구조개선 지원정책서는 제조업에서 건설업으로 사업전환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마침 지난 18일은 ‘건설의 날’이었다. 중소기업 없는 강대국 없고. 건설업 없는 산업 없다.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받쳐줘야 대기업도 있고 나라도 부강해지는 법이다. 산업에 건설업이 빠지면 발 디디는 터전 없이 뭘 해보겠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기정책, 산업정책에 건설산업을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 또 한 가지! 200만 건설인들과 함께하는 ‘건설사업자’들에게 올바른 이름을 불러주자. 특히 언론에 하는 호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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