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억 들인 ‘대금e바로’ 포기… 탈 많은 ‘하도급지킴이’로 선회

대금지급시스템 중 하나인 ‘하도급지킴이’에 대한 여러 부작용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십억씩 들여 구축한 성능이 더 좋은 자체 시스템을 버리고 하도급지킴이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도급지킴이보다 더 고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정부 압박에 되레 더 낙후된 시스템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20여억원을 들여 자체 제작·구축한 ‘대금e바로’ 시스템을 포기하고 하도급지킴이를 사용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대금e바로는 서울시가 2011년부터 2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시스템이다. 현재 서울시 본청과 25개 구·군청 및 투자출연기관에서 체불방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그간 조달청이 운영하고 있는 하도급지킴이 사용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지만 서울시 업무망과 연동이 안 되고, 체불방지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자체 시스템 고도화를 고집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돌연 이 시스템을 폐기하고 불편해 이용하기 어렵다던 하도급지킴이를 사용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하도급업계 등에서는 “이는 지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시스템을 쓰겠다는 것인데, 정부 압박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며 “특히 일자리위원회의 직접지급제 개선방안에 따라 2021년까지 하도급지킴이에 계좌 압류방지, 선급금 투명관리, 불투명한 선지급(사기성) 방지 등의 기능을 추가해야 하지만 기능 고도화를 수년째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서울시 체불방지 능력 등이 대폭 후퇴할 우려도 높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건설노동조합 등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오희택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은 “대금, 임금체불 제로도시를 만들겠다더니 왜 후퇴한 시스템을 사용하려고 하냐”며 “하도급지킴이 사용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건설공사 체불방지 면에서 실효성이 입증된 대금e바로를 버리고 성능결함을 가진 하도급지킴이를 사용하겠다는 시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하도급지킴이 사용 결정은 발주기관별로 서로 다른 시스템을 쓰고 있는 불편 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며 “하도급지킴이가 현재 고도화를 추진 중에 있어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도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시의 이같은 행보에 자체 시스템을 운영 중인 지자체와 공공기관들도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자체 맞춤형 시스템 구축을 이끌어 온 게 서울시인 만큼 타 지자체들은 서울시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 강원도, 제주도, 청주시, 천안시, 김해시, 당진시, 밀양시, 거제시, 거창군,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등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하도급지킴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민간 시스템을 임대해 사용 중에 있다.

한 직불시스템 개발자는 “하도급지킴이보다 대금e바로가 훨씬 고도화된 시스템이라는 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없다”며 “완성단계에 올라와 있는 시스템을 두고 서울시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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