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주택 소유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심란하다.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에 따라 3월2일부터 6월 말까지 과태료 면제를 당근으로 임대사업자의 표준임대차계약서 자진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엄밀하게 감면 대상은 ‘임차인 권리 침해가 없는 표준임대차계약 양식 미사용’이다. 이달 말까지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해 임대인들은 부랴부랴 집구석 어딘가에 숨어 있는 계약서를 찾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신고자야 계약서를 찾아 신고하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임대료 증액 과정에서 기존 임대료보다 5% 이상 올리면서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자진신고를 받는 일선 구청에는 이와 관련한 문의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딱한 이야기도 들려온다. 임대사업자 A 씨는 5% 상한 룰을 5000원 초과해 과태료 500만원(사전고지시 400만원)을 물 처지다. 세입자가 국내에 있다면 연락을 취해 5% 초과분만큼 돈을 돌려주고 계약서를 다시 쓰면 되지만 세입자가 외국으로 이민을 가버렸다는 비보를 접했다고 한다. A씨처럼 근소하게 액수가 초과한 경우와 임대료를 2배 전후로 올린 경우 동일하게 과태료 500만원이 나가게 돼 벌써부터 형평성 논란이 분출하고 있다.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은 기초자치단체별로 과태료 부과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동일 행정구역에 있으면 5% 상한 위반이 한 건이든, 세 건이든 과태료가 500만원이다. 하지만 서울, 경기, 인천 세 곳에서 5%를 넘겼으면 각 지역별로 500만원씩 15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공인중개사의 책임 여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서울 강서구에 10평(33㎡) 남짓한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한 B 씨는 계약 과정에서의 억울함을 토로한다. “세입자와 계약 때 공인중개사가 표준임대차계약서 대상이라고 말하면서도 5%가 넘어가는 계약을 그대로 진행했다”는 B씨는 “그리 따지면 공인중개사들도 법 위반 방조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지자체에서 임대사업자등록증을 내줄 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며 미부과 여지가 있는 것처럼 적시한 것도 책임 논란에서 완전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움직임은 지난해 12·16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그동안 규제 수위를 높여왔던 국토부가 주택임대사업자의 공적의무 위반 여부를 전수조사한 후 과태료 처분까지 하겠다고 못 박으면서다.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은 상상 이상이다. 조직적으로 대항하기 위한 주택임대사업자협회가 곧 창립될 예정이다. 지난 4월 조사대상 중 임대사업자의 절반가량이 처벌 대상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관련 온라인 카페가 개설됐고, 수천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협회 창립 여론이 발아했다. 한 카페 회원은 “수십만의 주택임대사업자가 매년 지자체에 계약서를 신고할 때 담당자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지금까지 접수했다. 공무원도 모르는데 일반인이 어떻게 알겠냐”고 토로했다. 일선 구청 관계자는 “마음이야 이번에는 계도 기간으로 삼았으면 하지만 권한 밖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국토부는 계도기간 없이 이번에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들끓는 주택임대사업자들의 민심과 국토부의 강경 기조. 7월부터 잔뜩 찌푸린 전운이 부동산업계를 휘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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