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진화하면 제도도 바뀐다. 바야흐로 스마트 건설기술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건설산업 생산체계도 근 반세기 만에 일대 변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법적 기반을 갖춘 것은 건설업법이 제정된 1958년부터이다. 건설시공은 원·하도급이라는 갑을 주종관계로 이루어졌다. 하도급업체는 통일된 명칭도 없었다. 그냥 ‘을’이면서 작업반이었다. 이 작업반의 전문성을 법령으로 보장하고 ‘단종’이라는 명칭을 부여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것이 1976년이다. 이때부터 건설산업기본법이 제정돼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제대로 된 법적 기반을 다지게 된 것이다.

그 후 단종공사업이 전문공사업으로(1985년), 일반건설이 종합건설로(2007년) 명칭이 바뀌었다. 면허제이던 건설업은 등록제로(1999년) 바뀌었다. 2007년 5월부터는 전문·종합건설 겸업이 허용됐다. 하지만 수직적 원·하도급 생산체계는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페이퍼컴퍼니 양산과 생산성 저하, 불공정 하도급 관행의 토착화 등 문제점이 누적돼 왔다. 마침내 2018년 건설산업혁신방안에 의해 건설 업역규제를 폐지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제 곧 업종개편과 발주자 가이드라인 고시 등 그 후속 조치들을 담은 하위법령 개정안의 정부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다.

업역이건 업종이건 건설이라는 큰 틀에서는 공동운명체이다. 함께 탄 버스는 이미 출발해서 다른 세상에 진입했다. 절대다수의 이익을 위해 일부 손해는 감내해야 한다. 융복합 시대로 접어든 마당에 언제까지 칸막이 안에서 안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건설 생산체계 혁신작업은 요 몇 년 새 몇 사람이 밀실에서 뚝딱 해치운 일이 아니다. 길게는1976년 종합·전문 원·하도급 체제 출범 때부터, 짧게는 지난 20여 년간 수차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논의를 거듭해온 사안이다. 분기점이 될만한 주요 정책만 보더라도 2004년 건설선진화전략, 2009년 건설산업선진화방안, 2018년 건설산업혁신방안 등이 있다. 문제점과 대안, 예상되는 장단점 등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머리를 맞댄 숙의의 결과이다. 효과성과 민주성에 성찰성까지 갖춘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은 상존한다. 큰 변화를 앞두고 나오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보완점 등을 따져봐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문건설업계의 손실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형평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단결이다. 건설인들이 하나로 뭉쳐야 시너지 효과도 난다. 올해 9개 시범사업과 2021년 공공공사, 2022년 민간공사를 실제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 등은 세부지침들을 통해 수정·보완하면 된다. 건설은 지난 세월 동안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 국민들은 스마트 건설기술 시대에도 건설인들이 실력과 성실성으로 묵묵히 앞장서 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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