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문재인 정부 들어 21번째로 또 한 번의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충격에 경기는 침체하는데 집값이 꿈틀거리자 정부가 또다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6·17 대책 후 집값 상승은 서울 강남권뿐만 아니라 강북권의 노원구와 성북구, 도봉구 일대까지 확산하고 있으며,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경기 김포와 파주시 아파트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오름세를 보이던 전셋값도 최근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이 5월 9억~10억원대에서 6월 들어 11억원으로 오른 것이다. 또 마포구, 서대문구 일대 신축아파트도 84㎡ 전세가격이 7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수요억제 중심의 6·17 대책이 나오자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수 희망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이동, 전셋값마저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것이다.

전셋값 오름세는 전세가율 상승에서도 잘 나타난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한국감정원 조사)은 지난 1월 57.24%에서 5월 57.57%로 높아졌고, 입주 1년 차 신축아파트의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직방 조사, 5월 기준)은 86%를 넘었기 때문이다.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분양가 제한·세금 중과·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렇다 할 공급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심지 고층제한을 완화하고, 역세권의 용적률 확대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용산과 강남권의 삼성동 등의 개발 계획만 내놓고 있다. 여기에 집값과 전셋값이 오를 이유가 또 있다. 이른바 ‘임대차 관련 3개 제도(임대차 3법)’이다. 국회에 제출된 임대차 3법 관련 법안이 여러 개 있지만 모두 전세권 강화가 골자다. 전·월세 신고제(계약 30일 이내 신고, 임대소득 노출), 계약갱신청구권제(2년 계약 후 세입자 요구 시 2년 연장), 전·월세상한제(전 계약 대비 상승률 5% 제한) 등이다.

21대 국회에서 이들 내용이 담겨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주택법’ 개정이 이뤄지면 집주인들이 시행 전에 전셋값을 대거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전셋값이 집값 상승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임대차 3법은 공정 과세, 전·월세 세입자의 안정적인 거주 등 여러 장점이 있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불안정한 주거 시장에서는 전셋값 급등에 이은 집값 고공행진이라는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중에서는 국회의 임대차 3법 입법 작업(관련 법 발의→안건 논의→법안 부의→법 통과) 과정에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문제는 전셋값이 급등할수록 전세를 사는 중산층과 서민이 우선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전세 시장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임대차 3법의 사안별 단계 입법과 시행 보류 등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임대차 3법은 물론 수요억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확실한 주택 공급대책과 병행한 제도 개선과 규제만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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