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에 출범한 건설산업혁신위원회의 7차례 종합토론회를 거친 생산체계 개편 중 대업종화를 위한 하위법 개정안이 곧 입법예고될 것으로 보인다. 업역 개편의 핵심은 수직구조인 ‘원·하도급’에서 ‘수평구조’로 가기 위한 장벽 제거다. 전문공사 대업종화 본질은 경쟁력을 높여 원·하도급이 아닌 수평구조로 유도하기 위한 역량 강화였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안전진단과 시공을 분리하자는 구도다. 업역·업종 개편은 입찰패키지 구성에 영향을 받는다. 입찰패키지 구성에 대한 역할은 발주자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고시를 앞두고 업역·업종 개편을 눈앞에 두고 다소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국토교통부가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던 배경에 현 체계로는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은 물론 생산성 저하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있었다. 심화되고 있는 생산성 하락, 불법 다단계하도급 만연, 기술력보다 낙찰률 하락에 의한 이익과 손실 분배 불균형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착화된 국내만의 생산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혁신위원회는 생산체계 개편을 통한 생산성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3가지를 지목했다. 첫째 거래단계의 단순화다. 둘째 사업자 등록 요건은 완화하되, 입찰참여 조건 강화다. 셋째 업종·업역 개편이다. 이를 현실화시키는 수단으로 직접시공 확대, 업역 제한 철폐, 대업종화 등에 의견이 모아졌다. 직접시공은 거래단계를 단순화시키되 원도급자의 기술과 책임 강화를 염두에 뒀다. 업역 제한 철폐는 ‘종합=원도급, 전문=하도급’이라는 고정된 칸막이에서 벗어나 능력 있는 산업체에게 더 많은 일이 배분되는 구조를 고려했다. 대업종화는 업종은 통합하되 입찰단계에서 공종(예, 철콘, 토공 등)별 실적을 세밀하게 따져 입찰자의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국내시장에 다소 생소한 ‘주력분야 공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장의 반응은 몇 가지로 나타났다. 업역 개편보다 업종 개편에 더 민감하다. 업역이 폐지되거나 업종이 통합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다. 반대 목소리 대부분은 현행 유지에 무게를 둔 것 같다. 국내 시장과 생산체계, 그리고 외부 환경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면 이 주장이 설득력 있다. 혁신위원회의 ‘지속 불가’ 판단과 차이가 크다. 대업종화로 기술력을 가진 소기업이 말살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활동 폭이 지금보다 넓어진다. 예를 들어 1,2종 운전면허를 통합하면 2종 면허취득자가 1종차 운전까지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면허취득자가 운전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유령회사가 가진 장롱면허는 운전 실적이라는 걸림장치를 구상했다. 대업종화로 업종이 통합된 상태에서 산업체의 역량 평가는 주력분야 공시제 몫이다. 이를 위해 공사실적 평가시스템을 고도화시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를 구상했다. 산업체의 실적과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대업종화=대기업’화 염려는 기우다. 업역이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는 주력분야 공시제 도입으로 우려에 그칠 것이다.

업종·업역 개편은 현 체계 지속가능성 및 유효성에서 답을 예측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코로나 팬데믹은 건설을 빠른 속도로 공장화 및 자동화, 기계화와 원격제어화 등으로 변하게 한다. 팬데믹은 이미 예견된 변화를 현실화시키는 데 가속도를 붙였다. 국토부는 지난 5월에 2025년까지 건설을 스마트화시키는 실증연구에 2000억원이 넘는 기술개발 과제를 출범시켰다. 고속도로 공사현장을 시범사업으로 지정해 50% 이상을 수작업에서 자동화 및 원격제어화 시키는 대담한 도전으로 개발사업단이 출범했다. 대규모 실증연구개발 사업이 출범하기도 전에 이미 모듈화 및 공장제작화(OSC), BIM 연구는 실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국토부는 2025년까지 모든 공공공사에 BIM기술 도입을 의무화시키기로 발표했다. 건설공사의 생산방식, 발주와 입·낙찰방식이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장과 발주자, 그리고 국민 개개인 등 수요자의 눈높이와 요구는 21세기 초에 돌출된 외생변수로 크게 변했다. 업종과 업역이 바뀐다고 시장의 크기가 변하지는 않는다. 예견된 변화를 거부하기보다 선제 대응하는 것이 생존과 성장에 유리하다. 시장은 존재하지만 타 기술과 산업에 의해 지배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별 기업이 독자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은 현재의 산업체 규모로는 소화하기 어렵다. 기술혁신과 디지털 전환은 ‘각자도생’보다 정부와 산업체, 혹은 산업체 간 협업과 협력을 통해 공동개발 후 활용은 각자 하는 ‘공유와 분산’ 개념의 플랫폼 구축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산업 내 업역 간 경쟁에 매달리기보다 타 산업과 경쟁에서 건설이 건설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우선이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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