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난 A교수. 그는 “이 정권의 부동산 대책이 잘못된 원인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정책이 아닌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동산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공직에 있는 다른 이가 더 며칠 전에 “부동산정책에 실패하면 핵심 지지층 30%가 이탈한다”고 걱정했던 말이 떠올랐다.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6·17 대책이 나온 지 한 달도 안돼 7·10 대책이 이어졌다. 대책이 나오면 바로 부작용이 점쳐지고 현실화한다. 대책 발표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고, 규제는 그만큼 더 난폭해지는 양상이다.

다주택자였던 청와대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장·차관, 국회의원이 이를 주도하다 ‘발각돼’ 된통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무총리가 고위 공직자에게 다주택을 처분하라는 지시까지 내리는 코미디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 과연 부동산이 정치가 돼버린 세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22번 양산된 대책의 결과는 신뢰 상실이다. 계속 규제, 규제 하는 식으로만 가다 보니 결국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 물론 고강도 규제를 쓰면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원래 기대했던 만큼은 계속 효과가 안 난다. 또 그게 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그렇다. 임대주택에 혜택을 몰아주며 장려하다 단번에 약속을 깨버리는 식이다. 이런 식이면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교수 B씨는 “시장 참여자들, 더 나아가 국민도 지금은 알고 있다. 부동산 정책 같은 경우 어떤 정책이 나와도 어떻게 될 것이라고 과거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믿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그런 국민의 현실 인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고 나가는 것은 시장의 기대나 힘과 배치된 것이라 성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불신은 ‘분노’로 이어졌다. 정부가 계속 거짓을 말하는 게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예컨대 지금 통계를 보면 서울의 자가주택 보유율이 48%밖에 안 되는 데 정부는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C교수는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 봐라. 재건축, 재개발도 막아 놓고, 또 주택 신규공급도 막아놓고, 대출도 못하게 막아놓고, 다 막기만 한다. 그럼 집 사야 하는 사람, 사고 싶은 사람이 화 안 나겠나”고 반문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시장 안정은 고사하고 화만 키울 뿐이다. 이달 중 국회통과가 유력한 ‘임대차 3법’ 탓에 만기가 남았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미리 올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998년 전·월세를 2년 보장했을 때 서울 전세가격이 24%나 급등했던 게 기억난다. 전세를 월세 혹은 반전세로 돌리는 사례도 속출할 것이다. 7·10 대책에서 세금폭탄이 쏟아지자 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청와대나 여당은 웃고 있을지 모른다. 이념과 독단, 오기에 치우친 부동산 정책이 지지층 결집과 편 가르기에는 탁월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부동산 불안은 절대 잠재워지지 않는다. 부동산을 정치가 아닌 시장경제의 영역으로 돌려놔야 한다. 집은 이념·계급 투쟁의 도구가 아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