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한국 부동산은 대개 글로벌 부동산 시장과 연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도 내려야 했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는 손쉽게 국내 유동성 장세로 이어졌다. 2000년대 초중반도 그랬고, 2010년대 중후반도 그랬다.

이랬던 흐름이 코로나19가 닥친 올해는 완전히 깨졌다. 미국의 부동산은 버티는 것도 힘든데, 한국의 부동산은 펄펄 끓는다. 서울은 좀 심하다. 1년 전 7억원이면 살 수 있던 집이 지금은 10억원을 줘도 못 사는 집이 적지 않다. 이러니 서울 아파트가 미국 맨해튼 아파트 가격을 따라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한미 부동산의 디커플링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보유세의 차이도 간과하기 힘들다.

미국의 보유세는 생각보다 높다. 주마다 다르다지만 한국보다 낮은 곳은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재산세율은 0.1~0.4%로 시가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7년 기준 0.15%(OECD 기준)다. 데이터분석업체인 월레트허브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미국에서 보유세 실효세율이 가장 낮은 하와이도 0.27%로 한국의 1.8배다. 실효세율이 가장 높은 뉴저지는 무려 2.47%, 한국의 16배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는 5억원 집을 갖고 있으면 연간 75만원의 보유세를 내지만, 하와이는 135만원, 뉴저지는 무려 1235만원을 낸다는 얘기다. 미국은 여기다 주택화재보험을 넣어야 해 집주인이 부담하는 액수는 더 커진다.

한국의 보유세가 단기간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네이버 부동산을 검색해 보면 매매가 12억원에 나와 있는 서울의 한 아파트의 2019년 보유세는 118만원이다. 전년보다 20.5%가 올랐다. 집주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울 만한 증세지만, 실거래가를 감안한 실효세율은 0.1%에 불과하다. 아파트의 공시가격(5억2300만원)이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보유세가 높다는 불만은 언론이 부추긴 탓도 있다. ‘내년 보유세 1100만원(60%) 오른다’는 소제목이 눈에 띄여 클릭을 해봤더니 시가 31억원짜리 아파트가 내년 34억원으로 오를 경우를 상정했다. 이런 류의 기사는 1주택자, 9억원 이하 주택, 고령자, 장기보유자 등 ‘서민’들은 여러가지 공제를 받아 보유세 인상폭이 제한된다는 팩트를 묻혀버리게 만든다.

보유세가 높은 것은 미국뿐 아니다. OECD 17개국 실효세율 평균치는 0.31%로 보유세가 한국보다 낮은 곳을 찾기 힘들다. 그러니까 ‘미실현 재산에 무슨 과세를 하느냐’는 관점은 글로벌 기준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집값이 높은 곳은 환경 조건이 좋은 곳이니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라’가 맞다. 낮은 보유세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부동산의 투자매력을 높인다는 점이다. 보유하는 데 부담이 없으니 몇 채고 소유할 수 있다. 세금이 적으니 임대사업도 수익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돈이 자꾸만 부동산으로 몰린다.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돈 가치 하락이 우려될 때면 더욱더 그렇다.

다른 나라보다 보유세가 낮은 상황에서 보유세 현실화는 부동산대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세금인상을 좋아할 사람은 없고, 그래서 저항을 부를 수 있다. 보유세 인상 정책이 조금더 정교해져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