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기간 장마와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망연자실 절망에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경기침체에 수재까지 덮쳤으니 불운이 겹쳤다. 건설현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인해 공기연장이나 설계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12일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논의한 결과 일단 ‘추후 판단’하기로 했다. 4차 추경을 하면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59년 만에 처음이다. 피해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재원이 발목을 잡는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 그동안 지출된 긴급재난지원금만 12조원 규모이다. 정부 여당은 이미 올해 세 차례 걸쳐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원의 추경을 했다.

이에 또다시 수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경우 적자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의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나라 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110조5000억원 적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현시점 국민 1인당 국가채무를 1540만원으로 추계했다. 거의 모든 수치에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당장의 피해복구를 위해서는 추경이든 예비비이든 빈 곳간에서 돈을 쥐어 짜내야 하니 곤혹스러운 일이다.

수해나 산사태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는 일단 발생하면 모든 것을 앗아가곤 한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가.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고대로부터 국가운명을 가르는 근본적 과제이다. 토목·건설기술이 최첨단으로 발달한 21세기에 아직도 치산치수가 제대로 안 된다면 언어도단이다.

결론은 역시 전통적인 SOC(사회기반시설) 사업이다. 뉴딜의 원조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테네시강 유역 댐 개발 사업서도 봤듯이 SOC부터 튼튼하게 구축·정비해놓는 것이 기본이다. SOC 투자비와 매번 피해복구비의 비용·편익을 따져보면 피해를 미리 예방하는 쪽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더욱이 SOC 사업 활성화는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음이 이미 경험칙으로 입증돼왔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상황이 지나고 나면 금세 잊히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린다는 점이다. 사고가 일단 터지면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다. 천재(天災)니 인재(人災)니, 염불이니 잿밥이니 따지며 허둥지둥 땜질식 처방을 하기 일쑤다. 역대급 수해를 당한 지금 이 마당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잘잘못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진영논리가 먼저라는 느낌이다.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이제라도 자연재해에 대비한 예방적 SOC사업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한국판 뉴딜에 전통적 SOC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디지털화를 명분으로 노후 하수관로에 센서를 장착하는 일과 노후 하수관로를 아예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일까.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동시에 디지털화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건설업계가 이해하고 있는 디지털 뉴딜도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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