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협력사 지원시 가점 불구
정작 구체적 평가 기준은 없어
관리 소홀로 본래 기능 못해
우수 평가 받은 종합건설사가
1000여건 갑질 드러나기도

정부가 불공정행위 예방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정거래협약평가 제도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점 기준이 되는 구체적인 항목이 부재하거나 협약 불이행 시 이를 확인하거나 제재하는 뾰족한 수단이 없어 단순 가점용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기준을 개정해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 지원을 하는 경우 등에 최대 5점의 가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하도급업계에서는 재난 지원으로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점 항목만 늘려 실제적인 하도급사 지원효과보다는 “원도급사 가점 퍼주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하도급업계 관계자는 “재난 지원 항목의 경우 기존 ‘금융 지원’ 항목들처럼 구체적인 가점 산식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를 볼 때 단순히 가점을 받기 위해 운영되는 껍데기뿐인 상생협력지원 항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매년 이행평가를 통해 가점을 주고 있지만 실질적인 관리가 안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부당특약을 사전에 검출해 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부당특약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A종합건설사 계약서에서 버젓이 부당특약이 발견됐다.

또 매년 협약평가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았던 B종합건설사가 1년에 수백여건에 가까운 하도급 갑질을 해온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걸러내야 하는 공정위는 이들 업체를 사전에 적발하기는커녕, 모범 사례로 소개까지 해 오고 있어 협약제도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평가 등급이 우수한 기업에는 공정위 직권조사 최대 2년 면제, 하도급 벌점 최대 3점 경감, 하도급거래 모범업체 지정과 관계 부처의 혜택 등 다양한 특혜가 제공되는데 관리가 이처럼 허술하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평가 항목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맞고, 이를 추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일부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협력사들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고려한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답했다.

또 “협약평가를 통해 가점 등 인센티브를 받았더라도 추후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이후 진행되는 평가에서 이를 반영해 조치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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