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칼럼] 수도권 주택공급, 당장이 급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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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칼럼] 수도권 주택공급, 당장이 급한데…
  • 손동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승인 2020.08.2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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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태릉골프장과 용산 캠프킴(미군기지), 상암DMC 랜드마크 용지 등 도심 유휴용지와 공공 참여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에 2028년까지 13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이른바 8·4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3차례에 걸쳐 대책을 발표했다. 대부분 수요 억제에 기반을 뒀지만 공급대책도 꽤 많이 들어갔다. 2018년 9·21 대책과 12·19 대책, 작년 5·7 대책, 올해 5·6 대책과 8·4 대책까지 5번이나 주택공급 대책이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정부가 미래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수도권 주택은 127만 가구까지 늘었다. 서울시 36만4000가구, 인천시 15만1000가구, 경기도 75만700가구에 달한다. 연이은 대책으로 공급 예정물량 통계가 ‘난수표’처럼 복잡해지자 국토부는 최근 이를 집대성한 정리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의 수도권 127만 가구 공급계획을 뜯어보면 이 중에서 공공택지를 통해 시장에 내보내겠다고 한 물량이 84만3000가구다. 그런데 공급 예정 시기를 보면 특이한 부분이 하나 있다. 2023년 이후 공급 물량이 전체의 59.4%(50만1000가구)다. 대부분 먼 미래의 물량을 추산하고 있다. 2020~2022년도에 올해 8만3000가구, 내년 12만 가구, 2022년 13만8000가구 등 올해보단 내년, 내년보단 그다음 해 공급을 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7만 가구 중 공공택지 다음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을 살펴보자. 정부는 39만 가구가 재건축·재개발 등을 거쳐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역시 불확실한 물량이다. 대부분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과 공공재개발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들은 주거 쾌적성 악화, 임대주택 증가 등을 이유로 공공재건축을 꺼리고 있고, 공공재개발도 서울시의 까다로운 정비구역 지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분양가상한제 완화 등 획기적인 추가 인센티브 없이는 조합들을 끌어당길 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결국 정부의 주택 공급계획은 시장의 요구를 이기지 못해 제시된 ‘불확실 청사진’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역대 정부의 주택공급도 장밋빛 목표를 제시했지만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하다가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의 계획을 폐기하고 새로 짰던 전례를 반복해 왔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는 2012년 말까지 수도권에서 32만 가구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는데 정권이 끝난 2012년 말엔 21만 가구를 공급하는데 그쳤다. 이후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신규 지구지정을 중단했고 공급 물량도 대폭 축소했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 방안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에 제시된 127만 가구 중 상당 부분은 다음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계획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100%’ 이뤄져도 문제다. 지금과는 반대로 주택이 어느 정도 공급됐을 경우 물량이 단기간에 쏟아지면 부동산 시장을 경착륙 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은 계획 발표 이후 2~3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장기적인 영향을 따져보고 정밀하게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도, 과거 어떤 정부도 그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정부 주택공급 대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손동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a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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