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서울 도심을 걷는데 문 닫은 가계가 한둘이 아니다. 한두어 달 전만 해도 버젓이 영업했던 카페며 옷가게의 불이 꺼져 있다. 언제나 복작댈 것 같던 을지로도, 청년들로 넘쳐났던 강남역도 활기가 없다. 오후 8시. 식당은 휑뎅그렁하고 지하철은 텅빈다. 이러한 풍광은 지표로 잡힌다. 지난 2분기 우리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받아들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런 상황에 집값은 몇 달 새 몇억이 올랐다. 30대들이 ‘영끌’을 해서 집을 산단다. 주식시장에서는 몇 달 새 두세 배 오른 종목이 부지기수다. 대학생들이 등록금으로 주식판에 뛰어들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표와 따로가는 자산시장,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경제학계에서는 코로나19로 빚어진 지금의 경제상황을 대봉쇄(Great lockdown)라 부른다.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침체(Great Recession)와 함께 3대 경제위기로 묶기도 한다. 앞선 두 번의 경제위기는 자산시장과 금융시장, 경제지표가 같이 움직였다.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고, 사람들이 실직하고 가계와 공장은 문을 닫았으며 경제성장률은 추락했다. 자살하는 투자자와 금융인, 가장이 속출했다.

우리가 겪은 1997년 외환위기도 끔찍했다. 실직과 폐업과 집값 폭락과 주가붕괴가 함께 왔다. 성장률이 폭락한 그해 직장을 잃고 주식투자에 실패한 끝에 해체된 가족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대봉쇄는 다르다. 처참한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혼란은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정부의 전례 없던 지원책도 진정제가 됐겠지만, 무엇보다 활황인 자산시장이 경제심리가 아노미로 빠지는 것을 막아 주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예전에 미처 겪어보지 못한 형태의 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긴 얘기를 주절주절 하는 것은 오늘 아침 누군가가 물은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다. “지금이라도 부동산을 사야 할까요? 아니면 주식이 더 나을까요?”

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올 들어 부동산과 주식이 많이 올랐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도 한국 자산시장의 상승은 놀랍다. 요 몇 년간 박스권에 갇혔던 한풀이라도 하는 듯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었다. 그런데도 또 오른다. 이유는 있다. 정부는 많은 돈을 풀었고, 금리는 사상 최저다. 돈은 넘쳐나는데 실물경제는 좋지 못하니 돈들이 자산시장으로 간다. 그런데 우리는 안다. 영원히 가격이 오르는 자산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 그러니 자산시장은 ‘올라도 안 이상하고 내려도 안 이상한’ 상태가 된 것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자산시장의 꼭짓점이 언제일지를. 경제기자 생활 15년만에 지금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적도 처음이다. 언젠가 유동성파티는 끝이 나겠지만 그게 오늘일지 내일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국제기구조차 한 나라의 올 경제성장률을 최대 10%포인트나 차이나게 전망하는 시대다.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잡힐 것이냐다. 연말 전에 백신이 나오는 경우와 겨울 대유행으로 확산될 경우 우리가 맞닥뜨릴 세계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주식과 부동산을 사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어쩌면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방역전문가에게 물어야 할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경제학 교과서를 마냥 버릴 수도, 그렇다고 껴안을 수도 없게 된 시대다.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뉴노멀’”이라고 했다. 불확실성의 한 가운데에 서 보니 참 불안하고 답답하고 무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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