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장 장마가 건설산업에 남긴 과제 (상)
인프라투자 확대로 새 먹거리 ‘득’
공사엔 악조건… 변동성 커져 ‘실’

54일에 걸친 역대 최장 장마로 각종 시설이 파괴됐고, 그 복구비용 등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피해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환경전문가들은 올해 벌어진 집중폭우를 매해 반복되는 폭염·혹한과 같은 기후현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건설산업의 입장에서 앞으로 마주해야 할 기후변화에 따른 여건변화와 대응방안을 톺아봤다. /편집자 주

◇SOC 등 관련 투자 확대 필요성 증가=올여름 전국에서 수해가 발생하면서 제방·댐 등이 빗물 관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댐의 고령화율은 60%를 상회하고, 하천과 상하수도 고령화율도 각각 17.6%, 15.6%로, 자연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따라 노후·위험 사회기반시설(SOC)에 대한 개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한무영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기존 댐과 하천 등에 의존하는 관리 방식에서 각 지역마다 빗물관리시설을 구축하는 등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SOC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감안해 내년도 수해 예방과 관련한 노후 SOC 예산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노후화된 댐 안정성을 높이는 사업과 수해 관리 인프라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공사기간·공사비 등 현장 변동성 확대=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건설현장에도 적잖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제조업과 건설업의 가장 큰 차이는 작업환경이다. 외부 작업 비율이 높은 건설업은 기후변화에 대한 현장 변동성이 훨씬 클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작업안전, 공기지연, 공사비 상승 등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이러한 변화들이 궁극적으로 공사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건설관리학회 종합사업관리TF 김인호 고문은 “앞으로 계약체결 시점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한 관련 규정을 합의해놓지 않으면 커다란 위험인자가 될 것”이라며 “문제 발생 시점에서 대응하다 보면 분쟁 발생으로 발주자와 수주자 모두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향후 산업 먹거리 발굴 기회=아울러 기상 피해로 수요가 확대된 △수해방지 시설 △산불방지 시설 △재생에너지 관련 시설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은 건설업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며, 건설업계가 사회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다만 기후변화가 환경오염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건설업계도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개발사업 위주인 건설업계 입장에서 환경보전에 동참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무영 교수는 “건설업은 환경을 해치는 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향후 환경친화적인 공법을 개발하는 등 환경과 개발의 공존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부담은 되겠지만, 잘 해결하기만 한다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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