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게 힘들어도 이맘때면 오가는 덕담이 있다. 

“늘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그런 것이다. 한 해 땀과 정성의 결실을 수확하는 때이니 마음마저 풍성하고 넉넉해지게 마련이다. 산업현장에서도 이때만큼은 시름을 잊을 수 있도록 서로가 배려해 주고 베풀어 준다.

하지만 올해 건설업계는 사정이 좀 팍팍할 것 같다. 추석 보너스는커녕 밀린 하도급대금도 떼일지도 모를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가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코로나로 돌린 채 나 몰라라 하기에는 건설업체와 그 식구들이 겪을 시름이 너무 깊다.

해마다 이맘때면 정부와 발주기관들이 나서서 분쟁을 예방하고 자금이 돌도록 돕곤 해왔다. 공공공사 불공정하도급 실태조사를 비롯한 현장점검 등을 통해 체불 방지와 하도급대금 조기 지급을 독려하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추석 전 불공정하도급 실태점검은 물론 명절 대비 체불 특별점검 등이 대부분 중단됐다는 소식이다. 비단 추석이 아니더라도 1년에 두 차례 상·하반기에 실시되던 실태점검도 올해는 거의 모두 취소 또는 연기됐다고 한다. 이러한 점검을 통해 하도급 대금 집행 및 이행실태, 근로계약서 및 임대차계약 적정 여부 등을 살피고 분쟁이 있으면 법률상담과 조정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유도해 왔으나 올해 그런 것들은 기대 난망이다.

이런 때에 국토교통부가 공공공사의 대금·임금 체불 방지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의무 시행하고 있는 ‘공공발주자 임금직접지급제’를 민간공사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해 눈길을 끈다. 민간공사 업체들이 이 대금지급시스템 이용에 자발적으로 동참할지는 미지수지만 체불을 막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장의 하도급업체들은 지금 같은 시기에 오히려 더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장에서 벌어지는 원·하도급 불공정 행위는 코로나와 경기침체 등으로 고통을 겪는 요즘이 더 심각한 분위기라고 한다. 명절 보너스는커녕 임금도 제때 지급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방역수칙도 때와 장소,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1, 2, 3단계로 나눠지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하물며 2.5단계도 새로 생기지 않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실시돼온 특별점검은 인원 최소화 혹은 비대면 현장점검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실시하는 것이 맞는다. 점검 방식을 간소화하고 인원을 최소화하더라도 일단 조사를 나가는 것과 아예 포기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정부 차원의 현장점검은 직접 조사를 받는 현장 이외의 다른 공사에도 경각심을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모든 불가 사유의 ‘끝판왕’일 수는 없다. 여건이 아무리 힘들어도, 최소한의 경제 동력마저 꺼지도록 방기해서는 안 된다. 건설 역군들이 추석을 두려워하도록 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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