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굴 위한 ‘적정’인가 (상) 건설업계 ‘적정 임금’ 논란
사측 “임금 강제인상은 부적정”
노측 “적정 탓 임금하락 가능”
적정 개념 애매 신중검토 필요
늘어나는 노무비 증가액만큼
적정공사비 방안도 마련돼야

저가 수주경쟁, 이로 인한 노무비 부족과 전체적인 임금 수준 하락. 이처럼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건설현장의 관행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적정임금제를 도입하고 적정공사비를 확보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적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해석상 여지가 많아 이해 당사자 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업계에서 일고 있는 ‘적정’과 관련한 논란과 해법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부가 공공공사에 의무 도입을 추진 중인 ‘적정임금제’와 관련해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관계자들의 입장이 각기 달라 제도 추진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중으로 적정임금제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정부 부처, 관련 공공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이어오고 있다.

적정임금제는 노무비를 시중노임단가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와 관련한 건설업계와 노동계의 입장은 도입 논의 초기부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업계는 “건설업에만 별도의 임금제도를 도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도입 자체를 반대하며, 노동계는 “건설근로자 처우개선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이에 최근 국토부는 적정임금제와 관련해 논의가 필요한 다섯 가지 쟁점을 일자리위원회 건설산업TF에서 제시했고, 이 중 제도 이름을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제도명의 직관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계임금지급보장제’라는 명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건설업계는 명칭 변경에 찬성이다. 시중노임단가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통해 결정된 평균임금인데 이를 최저임금으로 정하는 것을 적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임금을 강제로 올리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정반대로 해석한다. 숙련근로자는 시중노임단가보다 높게 받을 수 있는데 적정이라는 명칭 때문에 임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처럼 ‘적정’에 대한 해석이 갈리는 가운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적정임금제를 도입할 경우 임금이 급격히 인상돼 하도급 중소·영세 전문건설사업자의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임금을 올리는 것을 적정으로 해석하기엔 곤란하다”며 “예상되는 노무비 증가액이 공사비에 적기에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관계 부처는 적정임금제를 제도화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자리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초안을 마련한 후, 관련 부처들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 신중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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