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굴 위한 ‘적정’인가 (하) 발주자마다 제각각 적정공사비

발주자와 시공자 모두 적정공사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에는 이견이 없다. 이를 통해 현장안전과 시공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발주자마다 각각 적정공사비의 개념이나 정도가 다르고, 관련 정책도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어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공사비 분쟁=민간공사에서 공사비 분쟁이 가장 빈번한 곳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다.

일례로 서울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사업 조합원은 지난달 GS건설의 공사비 내역 제출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그 외 개포1단지, 흑석3구역, 신반포 15차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공사비 증액 등을 두고 갈등을 빚는 모습이다.

공공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공공공사는 수주할수록 손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공공공사 10건 중 4건이 적자공사이며, 공공공사만 수행하는 건설사 중 적자업체 비중이 38%에 달한다.

◇문제는 더딘 제도·인식 개선=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적자공사의 현실은 모른 채 과거 부정적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제도 역시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 적정공사비 분쟁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일부 공공 발주자는 건설업을 아직도 계도대상으로 본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소규모 공공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이 대표적이다. 건설사들의 부풀려진 공사비를 줄이는 것이 적정이라는 비현실적 해석인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발주자들은 건설사가 공사비로 폭리를 취하고, 묻지마식으로 증액한다는 편견이 아직 만연한 것 같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적정공사비를 확보해 주겠다는 정부도 제도 개선은 답보 상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원가체계를 개선하는 작업을 계속하겠지만, 적정공사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낙찰률 현실화와 현실 노무비 반영이 답=적정공사비와 관련한 잡음을 없애고, 적자수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낙찰률을 현실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높다.

낙찰률이 고정된 상태에서 예정가격이 매해 낮아지면서 적자를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300억원 이하 적격심사제는 낙찰률이 80~87.8%로 고정돼 있다. 그러나 예정가격은 지난 15년간 12.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낙찰률에 또 한번 낙찰률이 더해져 낮춰질 대로 낮춰진 하도급 공사의 경우는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적정임금제 등 여파로 상승하는 노무비도 공사비에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공사의 예정가격을 잡아놓고 또 낙찰률을 적용하는 자체가 의아한 부분”이라며 “특히 하도급의 경우 저가하도급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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