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설 생산체계가 45년 만에 대변혁의 출발선에 서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업종개편 등 건설업역 칸막이 폐지 후속 조치들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하위 법령 개정안을 지난 16일 입법 예고함으로써 건설산업생산체계 혁신방안이 마무리됐다. 하위 법령까지 법제화되면 2018년부터 본격 추진된 혁신로드맵이 완성되는 것이다. 민관합동 건설산업혁신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료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편안은 시설물유지관리업을 제외한 28개 전문건설업종을 14개로 통합하고 주력분야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노후 SOC(사회기반시설) 유지보수공사를 신설키로 했다. 또 시설물유지관리업은 2023년까지 유지하면서 3개 전문 대업종이나 종합건설업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중장기적으로 업역·업종을 전면 폐지해 종내에는 건설업 단일 업종체계로 간다는 구상을 함께 발표했다.

건설업계로서는 근 반세기만의 일대 변혁이다. 긴 세월 갈등과 부작용을 넘어 상생과 혁신에 이르는 과정이었던 만큼 시행착오와 난관도 있었다. 그러나 인내와 타협, 소통으로 극복했다. 기대와 긴장 속에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일부 시련들이 있을 수 있지만 웬만한 것은 극복해낼 수 있다는 각오와 자신감을 다질 필요가 있다.

동시대인으로서 우리는 새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새 시대에는 새 시대 질서를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실력과 책임성·성실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주력 기술과 시공·관리 능력이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각 업역·업종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게 무엇인지,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잘 따져서 안전장치들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그동안 하도급이자 을의 위치에 갇혀 온갖 불이익을 감내해야만 했던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덩치가 큰 종합건설사들과 무한경쟁의 장으로 내몰려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나서서라도 공정한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줘야 한다.

전문건설과 종합건설은 결국 ‘2인 3각’의 운명공동체이다. 서로 이익만 추구하면서 밥그릇 다툼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건설업, 건설인의 자세와 역할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공공선을 위한 최선의 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우선 올해 착수하는 9개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현장에 답이 있는 법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수정과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 후속 조치 중 주력분야 공시제나 발주자 지침(가이드라인), 상호실적 인정기준 같은 규정들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발주자의 전문성과 안목을 키워야 한다. 기술적으로 전문화되고 유능한 인재들을 발주처가 확보해야 한다. 

정부도 이번 혁신방안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까지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잠식당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원칙은 어디까지나 ‘공생’과 ‘상생’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폭넓은 의견수렴과 함께 형평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