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민사채권의 경우, 10년이 시효기간이 됩니다. 다만 상법 제64조는 이를 단축시켜서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영업을 통해(위해) 발생하는 채권의 시효기간은 5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상법 제64조 후단에서는 다른 법령에 5년보다 더 짧은 기간으로 시효를 정하는 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에 의한다고도 정하고 있습니다. 소위 ‘공사대금채권’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민법 제163조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인 채권을 열거하고 있는데,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은 제3호에 해당해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합니다.

굳이 위 채권에 대해서만 더 짧은 시효기간을 정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에 2013년에 민법개정안을 만들 때에는 단기소멸시효에 관한 위 규정이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법이 실제로 개정되지는 않아 여전히 ‘도급받은 자, 기사(技師)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工事)에 관한 채권’은 시효기간이 3년입니다.

3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공사대금채권’이 아니라 ‘공사에 관한 채권’이라고 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수급인(도급받은 자)이 도급받은 공사의 공사대금채권뿐만 아니라, 그 공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이때의 공사에 관한 채권에 포함됩니다. 예컨대 지하철 공사를 도급받아 수행하던 중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수해로 인한 복구공사도 수행하게 됐다면, 이때 복구공사비의 지급을 구할 채권도 공사대금채권처럼 3년의 시효기간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8다41451 판결).

다만 공사에 관한 채권이더라도 ‘도급받은 자’가 도급한 자에 대해 가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대형 관급공사 등의 경우에는 컨소시엄, 즉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공동으로 공사를 수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공동수급체의 구성원들 사이의 정산금 채권은 ‘도급받은 자’가 보유하는 채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79838 판결), 상사채권으로서 5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됩니다.

최근 ‘도급받은 자’가 가지는 채권의 경우에만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점에 관한 새로운 대법원 판결이 있기도 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요청에 따라 수행하는 전주(전봇대)와 전선로의 지중이설에 관한 공사의 경우입니다. 전기사업법 및 전기사업법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가공배선로의 지중이설사업 운영기준’에 의하면 위와 같이 지중이설 요청이 있는 경우 지중이설에 필요한 비용은 그 요청을 한 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전기사업자는 일정 기준에 따라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이에 원심은 지자체장이 도급인이 돼 전기사업자에게 지중이설공사 도급을 주는 것이며, 전기사업자가 지자체장에게 받아야 하는 공사대금은 ‘도급받은 자’가 가지는 채권이어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공배전선로의 지중이설사업 운영기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중이설사업은 지자체장의 요청이 있더라도 전기사업자가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하에 이행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전기사업자는 도급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직접 발주처 내지 사업시행자의 지위에서 공사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해서는, 시효기간은 당연히 3년이라는 전제하에 시효기간의 기산점이나 시효의 중단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효기간은 당사자의 약정에 의해서도 달리 정할 수 없는 것이며, 채권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되므로(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7185 판결 참조) 다툼의 여지가 적기는 합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이 ‘공사’로 인해 발생한 채권이라도 꼭 3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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