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내로 적정임금제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관련 기관 및 업계, 학계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찾는 중이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 개정안까지 발의돼 있다. 하지만 결론 내기가 만만찮아 보인다. ‘적정’이란 용어의 의미와 해석을 놓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솔로몬의 해법은 난망하다. 다만 최선이 없으면 차선책은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한 일의 순서는 분명히 있다. 적정임금에 앞서 적정공사비를 찾는 것이 먼저다.

적정임금제는 발주자가 정한 금액 이상의 임금을 건설현장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의 임금하한선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적정임금을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정부는 ‘시중노임단가’를 기준 삼아 그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업주 쪽에서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시중노임단가는 시장조사를 통해 파악된 현장 단위의 직종별 평균 임금이다. 평균임금을 최저임금의 기준 금액으로 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산업들에는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서 건설업에만 별도의 임금 지급기준을 제도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는 급여 등을 사용자와 근로자 간 합의에 의해 결정토록 한 근로기준법과도 상충한다. 임금책정을 위해서는 숙련공·비숙련공 구분은 물론이고 공사 지역이나 규모 등 그 외 여러 고려사항도 있다.

이러다 보니 ‘적정’이라는 용어부터 서로 관점이 다르다. 업체는 부당하거나 과도한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고, 근로자들은 과도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적정공사비, 적정임금이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가능하기나 할까.

결국 적정공사비를 어떻게 뿌리내리도록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공사비는 비단 임금뿐 아니라 공사품질, 현장 안전사고, 시설물 및 국민안전, 취약계층 일자리, 외국인 인력 투입, 노사갈등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아직 공사비조차 제대로 책정이 안 되고 있다. 주된 원인은 낮은 예정가와 낙찰률이다. 실제로 공공공사 표준시장단가는 실제 시공단가 대비 88.8%에 불과하다. 적격심사낙찰제에 의한 낙찰률은 17년째 80~87%이다.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면서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 역시 낙찰률이 78%이고 간이종합심사낙찰제 또한 낙찰률이 70%대에 그쳐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낙찰률이 92~93%대이고 독일은 95~105%이다. 선진국들이 이런 이유는 무엇일까. 공사비를 제대로 주어 공사품질과 건설안전,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연구·교육 및 신기술 개발 등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다.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건설공사비, 임금체계도 많이 개선되고 투명해졌다. 건설인들로서는 여전히 삐딱한 외부의 일부 시선들이 야속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공사비부터 ‘적정’하게 보장받도록 한 뒤 적정임금이 지급되도록 하되, 반드시 하도급업체까지 담보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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