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첫 아이의 아빠가 된 30대 후반의 전문건설업체 직원에게 물었다. 육아와 건설현장일 중 무엇이 더 힘드냐고. ‘육아가 더 힘들다’는 초보아빠의 엄살 섞인 대답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별 망설임도 없이 현장일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출퇴근과 업무, 육아를 하느라 너무 힘들다”면서 “그래도 내 아이랑 씨름하는 것이 몇 시간씩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는 일보다 몸도 마음도 편하다”고 했다. 월급을 감안하더라도 현장일이 더 고되다고 답했다.

가벼운 사담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의미있는 대화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대답을 듣지 못해 무려 3년 동안 가져온 궁금증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의 게으름일 수도 있지만 신혼생활을 하는 건설근로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생애주기로 나눠 30대와 40대는 가장 왕성하게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하는 시기다. 건설현장에서 이 연령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안 그래도 출산율이 낮은 상황에서 건설인들의 출산율은 더 낮을 거 같다.

‘탈출은 지능순’, ‘탈건’은 건설 분야의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 중에 하나다. 건설에서 떠나야 한다는 뜻의 이 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지금도 낮은 청년층 건설인 비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언급한 초보아빠는 한마디 덧붙였다. 아내가 자기에게 ‘독박육아 시키는 남편’이라고 잔소리한다면 정말 억울할 거 같다고.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는 시대는 끝난 거 아니냐고.

그 얘기를 듣고 있으니 이어지는 궁금증이 있었다. 가정도 바뀌는데 건설일터는 언제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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