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그 이전부터 구조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경제의 구조적 위기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 이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 초반으로 주저앉았고, 성장률 감소 속도는 OECD 36개국 평균보다 2배 이상이었다. 우리 경제의 하락세가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빨랐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사회 각 부문에서는 이와 반대로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규제가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노사관계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경직돼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경제포럼(WEF)가 발표에 따르면 세계 141개 국가 중 우리의 노사협력(130위) 경쟁력과 임금 결정 유연성 경쟁력(84위) 등은 세계 하위권이다. 때문에 노동의 탄력성과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방에 편향된 정책이 지속되면서 우리 노사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 비준을 이유로 한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대표적 사례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별 노조에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노사관계의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한다. 유럽 여러 나라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했다고 하지만, 유럽과 다른 우리 노사관계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도 자국의 상황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처럼 핵심협약 중 일부만을 비준하고 있다. 산별노조 체제인 유럽에서는 실업자나 구직자가 노조에 가입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별 노조가 중심인 우리나라에서 그 기업의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노조에 가입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쉽게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노사관계 법·제도의 불균형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는 부당노동행위 처벌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사 간의 문제를 이유로 사업주를 형사처벌하지도 않는다. 파업은 사업장 점거형태가 아닌 대부분 사업장 밖에서 벌어진다.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있지도 않으며, 파업 시 사용자의 대항권도 충실히 보장해 주고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 노사 간 협력 문화가 정착돼 있다. 모두 우리 노사관계와는 반대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선진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얼마나 긴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최소한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노사관계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 줌으로써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LO 핵심협약이 중요하다면, 부작용 없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노사관계의 제도적 개선도 동시에 이뤄 나가야 한다. 또한 현행 제도가 노사관계를 경색시키고 일부 강성 노조로 하여금 대화보다는 투쟁과 법적 분쟁을 선호하게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선진국 제도의 일부만 따 오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부합한다면 우리가 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환경노동위, 대구달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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