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던 수출이 반등한 영향이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당초 전망치인 540억 달러를 무난하게 달성하고 수출 개선세가 지속될 경우 600억 달러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0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102억1000만 달러로 전년동월(77억6000만 달러)보다 24억5000만 달러(31.6%) 증가했다. 이로써 지난 5월(22억9000만 달러)부터 5개월째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8년 9월(112억4000만 달러)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 회복에 9월 경상수지 흑자 100억 달러 돌파=9월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낸 건 부진했던 수출이 반등한 덕분이다. 상품수출은 498억5000만 달러를 기록해 2018년 11월(518억1000만 달러)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년동월대비 36억9000만 달러(8.0%) 늘어 지난 2월 이후 7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관수출 기준 반도체(12.4%), 화공품(16.0%), 승용차(24.3%)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수입도 378억3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3억6000만 달러(1.0%) 증가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류 가격 약세에도 반도체제조용장비와 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이에 상품수지는 120억2000만 달러로 2018년 9월(131억1000만 달러) 이후 최대 흑자를 나타냈다. 수출이 동반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불황형 흑자’ 우려는 다소 덜게 됐다.

서비스수지는 20억4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달(-22억6000만 달러)에 비해서는 적자폭이 줄었다. 여행수지 적자가 4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달(8억1000만 달러)보다 3억7000만 달러 축소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여파로 출국자수가 전년동월대비 96% 감소하면서 여행지급액이 9억1000만 달러로 대폭 줄었다. 입국자수 감소로 여행수입도 4억8000만 달러로 축소됐다. 운송수지는 2억8000만 달러, 본원소득수지는 6억1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자본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89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15억4000만 달러 늘었다. 6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외국인의 주식투자는 미 경기부양책 합의 지연 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22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채권투자는 해외발행채권을 중심으로 38억3000만 달러 늘었다.

◇연간 흑자 600억 달러 근접할 듯=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43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18억4000만 달러)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대외충격이 커지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크게 축소됐다가 6월 이후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2분기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로 3분기 수출이 수입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3분기보다 올해 3분기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전망치인 540억 달러를 달성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남은 10~12월 경상수지가 월평균 3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내면 가능하다. 10월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통관 기준 무역수지가 59억80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10월 경상수지도 상당폭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박 국장은 “10월 수출이 마이너스를 나타냈지만 명절이동효과를 고려했을 때 9~10월 누계 수출 증가율이 1.9%여서 플러스 증가세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며 “수출 개선세가 지속된다면 당초 전망치를 상당폭 상회해 지난해 흑자폭인 600억 달러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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