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건설업에까지 확대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건설업체들, 특히 중소건설사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이와 관련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한 사람 혹은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해서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 소송 없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주로 다수의 피해자가 각각 소액의 피해를 봤을 경우이다. 개별적으로는 소액이지만 다수로 가면 피해액은 천문학적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은 주가조작이나 허위공시 등 증권 관련 소송에만 적용돼왔다.

제정안에는 대상을 분야 제한 없이 피해자 50인 이상 모든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적용되도록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 행위가 반사회적, 악의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배상액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한 번의 잘못이나 실수로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규제이다.

특히 직접시공을 하는 건설업체들로서는 심각한 안전 관련 사고라도 발생하면 자칫 회사가 공중 분해될 수도 있다. 두 제도가 법제화되면 무엇보다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 또 건설공사와 결과물의 품질 및 안전, 환경 문제 등 대부분 사안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소송 대안으로 화해·조정·중재 등을 제시하는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 역시 무력화될 수 있다.

집단소송제는 법 시행 이전 사건까지도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형사재판에만 적용되는 국민참여재판을 허용할 경우 여론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 원고가 요구하면 기업의 영업비밀 자료마저 유출될 수 있다. 공동주택 관련 소송 남발과 전문브로커를 통한 기획소송이 기승을 부릴 공산이 크다. 건설산업은 특성상 발주자와 인·허가 관청, 공사현장 주민들까지 이해관계자가 복잡해 분쟁과 소송 가능성이 다른 산업보다 크다.

더욱이 중소건설사는 막대한 소송비용과 시간 등을 감당할 능력이 모자라 도산 위기에 처할 소지가 많다. 소송 천국인 미국서도 집단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심해지고 실제 수혜자는 피해자가 아닌 변호사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경우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이 적용된다. 민사소송에 형사적, 가벌적 성격까지 더해져 사실상 이중, 삼중 처벌이 되는 것이다.

사고 한 건으로 업체가 문을 닫고 직원들은 모두 실업자가 될 판이다. 이 때문에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도 지난 3일 관계부처와 국회 등을 상대로 이들 법안 추진을 재고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건설산업을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무리다. 강력한 응징만이 만능이 될 수는 없다. 하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전망이 암울한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말인가. 무언가에 쫓기듯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두 제도를 건설산업에까지 확대 적용할지 여부를 비롯해 그에 따른 문제점 검토, 중소 건설업체들의 도산을 막을 수 있는 대안 마련 등을 위한 숙의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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