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한 ‘2021년도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 중 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던 2019년 11월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때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미친 전월세’라고 했는데 우리 정부에선 전월세 가격도 안정돼 있다”고 자신만만해했었다. 

말이 화가 된 것인가. 지금 전월세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미친 전월세’가 됐다. 임대차법 개정을 주도한 경제부총리가 전셋집을 빼줘야 하는데 새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매각했던 집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바람에 계약이 틀어질 뻔하다 ‘위로금’을 주고 겨우 이사시키는 쪽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바야흐로 이제는 남의 집 빌려 살다 이사하는 사람에게 ‘위로’ 차원의 돈까지 얹어줘야 하는 시대다. 세를 살다가 나갈 때 “그동안 잘 살았다”고 집주인에게 사례금을 내는 일본에서 보면 한국이 이상한 나라로 보일 것 같은데 이를 반박할 뚜렷한 근거가 없으니 “우린 너희와 경제관도 민족성도 다르다”고 그냥 우겨대야 할 판이다.

그런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3일 대통령에게 사표를 던졌다. 전세난 때문은 아니고, 그냥 자신이 추진하던 정책이 당·청에서 매번 거부당하자 화가 단단히 난 듯하다. 혹자는 그런 그를 보며 “예수님 같다”고 평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과 경제정책에 대한 모든 비난과 희생, 고난을 오롯이 혼자 뒤집어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이를 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정책 담당자가 모르는지 이해가 안 된다. 처음에는 이 정권이 그들의 핵심 지지층만 바라보고 그러는 줄 알았다. 근데 지금 보면 딱히 그것도 아니다. 정권이 “국민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 옆·뒤 안 보고 내달리는 형국이다.

홍 부총리가 사표를 던진 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확정·발표됐다. ‘현실화’라고 쓰여있었지만 ‘증세’로 읽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한 지인은 매년 늘어나는 재산세를 보더니 “우리가 국가에 월세를 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수천만원 보유세면 수백만원 월세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또 한 지인의 지인은 노모가 남편 사후 별다른 직업 없이 서울에 아파트 1채를 갖고 노후를 보내고 있는데, 자녀가 매달 보내는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한다고 했다. 그렇게 열두 달 모아야 이듬해 재산세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노모는 남편이 평생 뼈 빠지게 일해 얻은 1채의 아파트조차 지킬 수 없을지 모른다.

이렇게 서민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고민 없이 분열을 야기하고 퇴로를 막는 정책은 백전백패다. 이제는 현 정권의 근본적인 정책인식 전환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냥 정부가 부동산정책 관련 제발,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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